<신간책꽂이> 소설 보다 겨울 2020
수정 : 2021-02-02 00:10:10
신간책꽂이
소설 보다 겨울 2020
이미상, 임현, 전하영, 문학과지성사
책값이 커피 한 잔 가격이면 얼마나 좋을까? 코로나 시대, 책 읽을 시간은 늘었지만 주머니는 더 가벼워졌다. 그야말로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 한 권에 ‘삼천오백 원’하는 책을 찾았다.
바로 문학과지성사의 <소설 보다> 시리즈다. <소설 보다>는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을 묶은 단행본 시리즈로, 계절에 따라 1년에 네 권씩 출간된다. 한국의 젊은 소설가의 단편을 가장 빠르게 소개한다.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봄부터 나는 이 시리즈를 모으기 시작했다.
<소설 보다 겨울 2020>에 이미상의 ‘여자가 지하철 할 때’, 임현의 ‘거의 하나였던 두 세계’, 전하영의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가 수록되어 있다. 각 단편 뒤에 그 작품에 관하여 평론가가 질문하고 작가가 대답하는 형식의 인터뷰 코너가 있는데, “<소설 보다>는 역시 인터뷰지!”라고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작가와 작품에 대해 내밀하게 다룬다. <소설 보다> 시리즈가 특별한 이유다.
이미상의 ‘여자가 지하철 할 때’는 여성이 집을 나와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20분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그린다. 여성이 지하철에서 빠져나와 “살았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한국 사회에서 젊은 여성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전하영의 인터뷰에서 여성의 글쓰기를 ‘각자의 허리춤에 숨겨져 있는 잘 장전된 리볼버’라고 묘사하는데, 나 역시 글 쓰는 여성으로서 이 표현에 백번 공감한다.
이제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제외하고서 한국문학이 제대로 쓰일 수 없을 것이다. 이광수, 최남선, 김동인으로 시작하는 남성 중심 한국 근현대문학의 계보가 2020년대에는 용감하고 개성 넘치는 젊은 여성 작가들로 채워지고 있다.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그 변화를 따라가는 과정이 매우 신나고 설렌다. 2021년 <소설 보다>에서 어떤 소설들을 만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김정은 <엄마의 글쓰기> 저자
#1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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