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책 되새기기] 까뮈에게 인간이란 의미는? - 시지프 신화
수정 : 2020-12-18 06:44:55
[지난 책 되새기기]
까뮈에게 인간이란 의미는? -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박언주 옮김, 열린책들)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에서 태어난 카뮈는 1살 때 제1차 세계대전에서 아버지를 잃었다. 어머니는 이때 충격으로 평생 말을 잃었고 남겨진 가족은 가난했다. 열일곱 살 때 폐결핵에 걸렸고 평생 재발했다. 각혈을 하던 젊은 카뮈는 죽음을 들여다보았고, 모든 친숙한 것마저 낯설고 무가치하게 보였다. 그러나 카뮈는 가난과 질병이라는 개인적 경험을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극단적인 시간 속에서 문학으로 승화시켰다.
카뮈는 독일군의 포격 속에서 첫 책 <이방인>과 <시지프 신화>를 썼고 1941년 탈고했다. 히틀러가 승리를 거두는 소식을 연일 접하며 나치즘 아래 숨죽이던 유럽인들은 ‘무의미한 세계 속에 던져진 인간’이라는 카뮈의 세계관에 열광했다.
‘부조리’라는 철학용어는 의미를 전혀 찾을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카뮈에게 인간이란 의미를 끊없이 구하지만, 세상에 합리적이며 타당한 원칙 따위란 애초에 없기에, 인간은 필연적으로 부조리에 직면할 뿐이다. 삶에 의미를 찾을 수 없을 때 인간은 자살 충동을 느낀다. ‘정말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시지프 신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할 지혜를 찾아가는 철학 에세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시지프는 신들을 기만한 죄로 무거운 바윗돌을 끝없이 굴려 올리는 형벌을 받는다. 올려놓으면 다시 굴러 떨어지는 바윗돌을 밀어 올려야 하는 상황은 참으로 부조리하다. 그러나 시지프에게는 부조리한 운명을 받아들일 자유가 있고, 죽음에 도전하는 반항이 있으며, 다시 내일을 준비하는 열정이 있기에 부조리를 딛고 일어선다.
고통에서 출발하지만 치유를 희망하기에 문학과 의학은 닮은꼴이다. 빅터 플랭클의 말을 인용하면, 훌륭한 문학은 화가보다는 안과 의사에 가깝다. 화가는 자기 눈에 비친 세상을 그려서 전하지만, 안과의사는 우리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도록 시야를 확장시킨다. 그런 점에서 카뮈는 훌륭한 안과의사다.
유형선 (‘중1 독서습관’ 저자)
#1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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