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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책 되새기기] “심우도(尋牛圖)에 그만 넋을 놓아”  

입력 : 2020-11-09 07:55:17
수정 : 0000-00-00 00:00:00

[지난 책 되새기기] 심우도(尋牛圖)에 그만 넋을 놓아

 

선의 황금시대 (오경웅 지음, 류시화 번역, 경서원)

 

 

수년 전이지만 어제처럼 생생합니다. 직장에서 파업을 시작한 지 백일이 넘어가던 때, 헐떡거리던 마음을 달래려고 산에 올랐습니다. 하산 길에 어느 절에서 벽에 그려진 심우도(尋牛圖)에 그만 넋을 놓았습니다. 소년이 집나간 소를 찾아다니다, 소를 발견하고, 소를 타고 돌아오는 그림이었습니다. 마치 해설자의 설명을 듣는 것처럼 그림 속 소가 바로 내 마음이라는 것을 또렷이 알아챘습니다. 설명하긴 어려웠지만 깊은 울림을 느꼈습니다. 낯설었지만 분명 평화로운 체험이었습니다.

 

체험에 걸맞은 언어를 찾고 싶었습니다. 법정 스님의 숫타니파타와 법구경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불교서적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제 자신이 기독교적 사고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자가 진단했고, 기독교 배경에서 불교에 접근했던 분들의 책을 찾았습니다. 정호경 신부님과 토마스 머튼 신부님에서 가능성을 엿보았습니다.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정경일 원장님 세미나에 참여했습니다. 특히 일산 자유청소년도서관 김경윤 관장님에게 약 일 년 동안 금강경, 반야심경, 법구경을 배우면서 숨통이 트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때문에 수업이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혼자서 계속 공부해 보려고 교하도서관을 찾았다가 <선의 황금시대>를 만났습니다.

 

중국에서 달마대사가 전한 선()의 가르침이 당나라 시대에 꽃을 피웠습니다. 선불교는 치열한 자기응시를 방편 삼아 궁극의 깨달음을 추구합니다. 부처님으로부터 이심전심으로 이어진 지혜이다 보니 언어로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선불교의 대가들은 추상적이고 암시적인 언어를 사용했습니다. <선의 황금시대> 오경웅 저자는 육조 혜능 이후 약 삼백년 동안 활동했던 위대한 선사들의 일화를 보여주면서, 삶이 제아무리 불안과 고통의 연속이더라도 고개만 돌리면 피안의 세계라고 알립니다. 다만 고개를 돌리는 건 오롯이 자신의 몫입니다.

 

유형선 (‘1 독서습관저자)

#1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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