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책꽂이 - 날마다 시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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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책꽂이 - 날마다 시 한 편
내가 사랑한 시옷들, 조이스 박, 포르체
내가 사랑한 것들은 모두 나를 울게 한다, 김경민, 포르체
매년 7월이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몇 해 전에 마흔을 앞두고 친구들 몇 명이서 여행을 떠났다. 결혼하고 나서 처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했던 여행이어서 어찌나 설레던지. 낮에는 우리 모두 온 몸으로 비를 맞으며 삶에 대해 이야기했고, 밤에는 와인으로 입 안을 적시며 시와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날들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한 친구가 제안을 해 왔다. 여행지에서 ‘시’를 읽어달라고 말이다. 서른아홉이 되도록 시 한편 제대로 쓰진 못했지만 사춘기 이후 줄곧 시인이 되기를 소망했던 나를, 그 친구는 여태 기억하고 있었다. 비혼주의자 친구서부터 결혼을 준비하는 친구, 막 이혼을 한 친구 등 각자 상황은 달랐지만, 서른아홉의 우리는 뜨거운 사랑과 이별을 겪고 있었다. 친구들을 위해 나는 기꺼이 ‘사랑’과 ‘이별’에 관한 시를 수집했다. 몇 날 며칠을 시를 어루만지며 리스트에 넣었다 뺐다가를 반복하던 그때, 참 신기하게도 마음속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났다. 지나간 사랑과 조우하고 이별의 순간을 복기해 애도하면서 삶이 더 깊어지는 느낌이었다.
최근 ‘사랑, 삶 그리고 시’라는 부제를 단 <날마다 인문학 시리즈>의 책 두 권을 읽었다. 조이스 박의 <내가 사랑한 시옷들>은 세계의 명시 30편을, 김경민의 <내가 사랑한 것들은 모두 나를 울게 한다>는 한국의 명시 50편을 소개한다. 서른아홉에 떠난 친구들과의 여행에서 첫 날에는 랭스턴 휴즈의 ‘유예된 꿈’을, 마지막 날에는 김행숙의 ‘이별의 능력’을 들려주었는데, 반갑게도 두 책을 통해 그 시들을 다시 만났다.
삶이란 무엇일까? 살아간다는 것은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사랑하기 위해 산다는 걸 부인할 순 없을 것이다. 이별과 상실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다시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한 편의 시로 하루를 마무리하자. 두 권의 책이 당신과 함께 하기를.
김정은 <엄마의 글쓰기> 저자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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