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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책 되새기기] 이항대립의 가치관이 최초로 전복되는 경험 - 만화 삼국지

입력 : 2020-07-06 11:02:37
수정 : 2020-07-06 11:06:38

[지난 책 되새기기] 이항대립의 가치관이 최초로 전복되는 경험

 

만화 삼국지 (황석영 번역, 이충호 그림, 김태관 각색, 문학동네)

 

 

요즘 삼국지에 빠졌습니다. 류금철 작가의 웹툰 무신이 계기였습니다. 조자룡의 시선으로 삼국지를 새롭게 해석했는데, 조자룡이 한덩치 하는 무장이 아니라 대나무처럼 탄성이 넘치는 미소년으로 나옵니다. 수염이 아니라 머릿결이 아름다운 관우가 나옵니다. 원본과 너무 다르다고요? 글쎄요. 니체가 그랬다죠? ‘사실은 없다. 해석만 있을 뿐.’

 

지금껏 여러 삼국지를 읽었습니다. 초등학생 때 계몽사 삼국지로 입문했습니다. 고등학교 야자시간에 정비석 삼국지를 봤습니다. 군대에서 이문열 삼국지를 보다가 재미가 없어서 중도에 덮었습니다. 직장인이 되고도 조조가 주인공인 일본만화 창천항로를 만화방에서 봤습니다. 그리고서 류금철 작가의 웹툰으로 이십여 년 만에 삼국지를 다시 만났습니다.

 

두 아이들에게 삼국지를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중학생 큰 아이와 초등학생 작은 아이가 이구동성으로 들어는 봤는데 읽어보진 못했다고 했습니다. 인터넷을 폭풍검색했습니다. 요즘 가장 핫하다는 설민석 삼국지도 있고, 번역에만 20년이 걸렸다는 김구영 선생님의 삼국지도 있지만, 저는 재미난 삼국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당근마켓에서 5만원에 사들인 15권 세트 만화 삼국지를 가져오자마자 두 아이들은 당일 밤에 완독했습니다.

 

세상은 결코 이항대립일 수 없습니다. 이성과 감성, 선과 악, 육신과 영혼은 결코 분리될 수 없지만, 이항대립으로 세상을 해석하면서 독단에 빠집니다. 돌이켜 보면 삼국지를 읽는 시간은 이항대립의 가치관이 최초로 전복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유비·관우·장비라는 세 인물의 시선으로, 위나라·촉나라·오나라라는 세 나라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체험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십인십색, 백인백색의 삼국지 해석이 공존하는 사회를 꿈꿉니다.

 

유형선 (‘1 독서습관저자)
#1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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