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책꽂이]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수정 : 2020-06-05 09:59:06
[신간 책꽂이]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해냄)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코로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국난극복이 취미다’는 말처럼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촛불혁명부터 코로나까지 국가 규모의 난제를 일심단결하여 극복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분명 ‘헬조선’입니다.
변화는 정확한 현실인식에서 출발합니다. 한국인은 자기 착취와 소외로 병들어있습니다. 자기 착취를 자기 계발로 자행하면서 사회문제를 개인문제로 전가하다보니 자살률이 OECD 1위입니다. 돈이 인간을 지배하고 미디어가 인간을 지배하는 게 인간 소외 현상입니다. 그러나 한국인은 소외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인식하려면 독서가 필요한데, 한국인은 책을 읽지 않습니다. 한국의 실질문맹률이 OECD에서 제일 높습니다.
유례없는 불평등도 문제입니다. 상위 1%가 자산 26%, 상위 10%가 자산 66%를, 하위 50%가 자산 2%를 가졌습니다. 부동산 불평등은 더욱 심각합니다. 상위 1%가 부동산 55%를, 상위 10%가 부동산 97.6%를, 나머지 90%가 부동산 2%를 가졌습니다. 산업재해 사망률도 OECD 1위입니다. 지난해 하루 평균 2.3명이 일터에서 사망했습니다.
김누리 교수는 책에서 헬조선의 원인으로 ‘여의도’를 꼽습니다. 자유시장경제 지지자들로 국회가 완전히 장악되었기 때문입니다. 300명 국회의원 중에서 290명은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합니다. 미국을 포함해 세계 어느 나라도 이런 극단적인 의회구성은 없습니다. 많은 나라들은 시장경제의 효율성은 활용하되 야수성을 통제하려 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자유시장논리는 모든 문제를 개인 탓으로 돌립니다.
김누리 교수는 우리에게 다소 낯선 68혁명을 자세하게 소개하면서, 이제라도 한국이 68혁명의 기치였던 ‘모든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남북평화를 다루는 시각도 훌륭합니다. 뼈를 때리고 눈을 띄우는 책입니다.
유형선 (‘중1 독서습관’ 저자)
#1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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