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책 되새기기] 영혼의 자서전 -니코스 카잔차키스 자서전
수정 : 2020-03-12 06:18:53
[지난 책 되새기기]
영혼의 자서전
(니코스 카잔차키스 자서전, 안정효 옮김, 열린책들)
"나는 이겼는가, 아니면 패배했는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첫 만남이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이었습니다. 군대 말년 병장 시절, 휴가를 나왔다가 책 표지에 그려진 카잔차키스의 불꽃같은 눈빛에 이끌렸습니다. 훈련지 야전 천막에서도 밤마다 기역자 랜턴을 켜고 읽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습니다. 허리띠 조이며 착실히 살면 좋은 날이 올 줄 알았습니다. 마흔 한 살, 직장에서 144일간 파업을 했습니다. 온 힘을 다해 달려 왔던 지난 삶이 한없이 허망했습니다. 세상이 중요하다고 알려주는 길보다 제 영혼이 보여주는 길을 찾고 싶었습니다. 인문고전을 찾아 미친 듯이 읽었습니다. 그때 <그리스인 조르바>와 <영혼의 자서전>을 만났습니다. 산길을 헤매다 능선에 올라 수평선을 만난 것 같았습니다.
현대 그리스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며 문학의 구도자로 불리는 카잔차키스는 죽기 2년 전 일흔 두 살에 <영혼의 자서전>을 쓰면서 일평생 쉼 없이 자유와 진리와 신과 스승을 찾아 방황했던 인생을 기록했습니다. 작가는 터키의 지배하에 있던 그리스 크레타 섬에서 태어나 자유와 독립을 향한 처절한 투쟁을 경험하며 자랐습니다. <영혼의 자서전>은 신과 인간, 영혼과 육체, 삶과 죽음, 종교와 철학의 한 가운데에서 자유를 찾아 온 몸을 던져 방황하고 도전하며 폭발적으로 글을 썼던 거장의 내면을 투명하게 보여줍니다.
“나는 이겼는가, 아니면 패배했는가? 비록 상처투성이지만 그래도 아직 내가 혼자 힘으로 서서 버틴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영혼의 자서전 下' 714쪽)
지난 2월 초, 영화 <카잔차키스>를 보고서 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이재용과 함께하는 강남역 거리미사에 다녀왔습니다. 이백오십일이 넘도록 철탑 위에서 여전히 싸우고 있는 김용희 해고노동자를 기억합니다. 자유를 향해 영혼이 인도하는 길을 걷는 인간의 투쟁은 오늘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유형선 (‘중1 독서습관’ 저자)
#1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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