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책꽂이] 우리의 여름을 기억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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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책꽂이] 우리의 여름을 기억해 줘 (이인휘, 우리학교)
일단 책 표지가 멋들어집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목판화가 류연복 선생의 작품입니다. 표지를 보면 한여름 열기마저 너끈히 품어버릴 울창한 숲이 보입니다. 울창한 숲속 계곡은 결코 마르지 않기에 사시사철 초목이 융성하고 온갖 날짐승과 들짐승이 살아갑니다. 생명의 빛으로 충만한 숲은 사람도 풀도 나무도 짐승도 이웃사촌으로 어울려 살아가게 합니다.
이인휘(61) 소설가의 장편소설 <우리의 여름을 기억해 줘>는 돈이 주인 행세하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생명의 빛을 간직한 자연이 여전히 우리 주위에 살아있음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한 편의 영화 같은 작품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열여덟 살 소녀 산하와 열일곱 살 소년 정서입니다. 소설은 삶의 중심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던 산하가 숲이 울창한 청기산에서 기억을 잃어버린 채 학교도 다니지 않는 정서와 우연히 만나면서 시작합니다. 산에 사는 정서는 신비한 구석이 많습니다. 호기심 많은 산하가 정서의 비밀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숲의 매력도 조금씩 알아갑니다.
소설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눈부시도록 영롱하게 그려내지만 동시에 자본주의 세상의 비정한 민낯도 날 것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자연이 품은 생명과 희망의 빛을 자본주의 어두운 현실과 선명하게 대비시키면서도 함부로 낙관하지도 함부로 비관하지도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떤 삶을 살아갈는지는 그저 독자가 판단할 몫입니다.
한때 꽃을 피웠던 노동문학이 어느덧 흘러간 옛 노래로 취급받지만, 환갑이 넘은 이인휘 소설가는 여전히 전선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7년간 아내 병간호를 하면서 절필했지만, 쉰다섯 나이에 생계를 위해 다시 취직한 공장에서 80년대보다 더욱 후퇴한 노동현실을 접하고 분노합니다. 작가는 분노가 쌓여 다시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2016년부터 매년 <폐허를 보다>(만해문학상), <건너간다>, <노동자의 이름으로>를 발표했고, 올 해는 <우리의 여름을 기억해 줘>를 선보였습니다. 이인휘 소설가가 들려주는 이 독특하고 눈부신 여름 이야기를 권합니다.
유형선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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