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책꽂이] 할머니 독립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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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책꽂이] 할머니 독립만세(김명자, 소동출판사)
‘엄마가 없을 때, 어떻게 엄마를 기억하지?’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1년 동안 꼬박 우울증을 앓았다고 친구가 말했습니다. 엄마가 보고 싶지만 엄마 얼굴이 떠오르지 않고, 엄마 목소리가 듣고 싶지만 기억나지 않아 속상하다고 말입니다. 살아계실 때 엄마 동영상을 많이 찍어놓으라고 내내 당부했습니다.
때마침 엄마의 김장김치가 도착했습니다. 경상도식 배추김치에 손녀들이 좋아하는 무김치, 딸이 좋아하는 생굴까지 알뜰살뜰 챙겨 보내셨습니다. 새로 지은 밥에 손으로 쭉쭉 찢은 김치를 얹어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 나서부터 자꾸 엄마 생각이 납니다.
엄마는 제게 애증의 존재였습니다.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저는 엄마를 미워했을까요. 이제 와 돌아보니 딱히 이유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김치 때문일까요. 더 많이 사랑해드리지 못하고 미워만 한 것이 가슴에 사무칩니다.
엄마를 생각하며, 김명자 할머니의 <할머니 독립만세>를 집어 들었습니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외로웠던 유년 시절 이야기에서 눈물이 찔끔 났고, 지독한 시어머니와 폭력적인 남편 때문에 힘들었던 결혼 생활 이야기에서는 화가 났습니다. 삼십대 너무 이른 나이에 찾아온 암을 가까스로 이겨낸 장면에서 박수를 쳤고, 어린 삼남매가 눈에 밟혀 결국 이혼하지 못하고 별거와 재결합을 반복하는 대목에서 안타까움에 고개를 흔들기도 했습니다.
저자 김명자 할머니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 산 지난날보다 내 이름 석 자로 사는 지금이 더 즐겁고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독립, 책 내기, 공주로 살아보기, 남자친구 사귀기, 가족여행, 미술 개인전 열기 등 죽기 전에 해 보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실천합니다.
엄마 삶은 어땠을까요? 엄마의 버킷리스트에는 뭐가 들어 있을까요? 글쓰기가 김명자 할머니의 삶을 이끈 것처럼 자기 서사의 주인이 되는 스토리텔링의 초월적인 힘을 알기에 엄마에게 <할머니 독립만세>를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제겐 위인전보다 소중한 엄마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김정은 <엄마의 글쓰기> 저자
#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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