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책 되새기기] 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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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책 되새기기]
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다 (이상수, 웅진지식하우스)
주역은 3천 년 전에 쓰인 점치는 책입니다. 제가 중국철학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 점술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주역을 눈여겨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공부를 계속할수록 주역은 결코 건너뛸 수 없는 책이었습니다. 유교는 시경, 서경과 함께 주역을 3대 경전으로 꼽습니다. 위편삼절(韋編三絶)이라는 고사 성어를 아실 겁니다. 공자가 말년에 주역에 심취하여 죽간을 이은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닳아 끊어질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답니다. 기괴하고 초자연적인 것에 관심이 없었던 공자가 대체 무슨 이유로 점술 책에 심취했는지 의문이었습니다.
공자 외에도 역사 속에서 주역에 심취했던 대학자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도 유배생활 중 주역 연구에 매진하여 주역사전을 지었고 스스로 가장 공들인 작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서양의 근현대 사상가, 문학가, 과학자 중에서도 주역에 심취했던 이가 많습니다. 주역을 사랑했던 역사 속 인물들의 성품을 면면이 살펴봐도 점술에 그다지 관심을 둘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점치는 책 이상의 의미가 주역에 있는 게 분명했습니다. 그러나 주역 관련 입문서를 이 책 저 책 보아도 핵심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공부가 쌓이지 않으니 참으로 답답했습니다.
<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다>를 만나면서 오랜 궁금증이 조금이나마 풀렸습니다. 이상순 작가는 주역과 제자백가를 전공한 학자이면서 한겨레에서 18년간 기자생활을 한 내공을 담아 초심자 눈높이에 맞춰 쉽게 썼습니다. 특히 주역을 만든 이들의 세계관을 ‘정말 점을 치고 싶다고 누구에게 의뢰하지 말고 스스로 왕처럼 점을 치지만, 덕과 지혜를 기르는 삶을 살면 점 칠 필요가 없다’고 정리한 결론은 감탄이 절로 납니다. 이때 덕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능동적으로 잘 대처할 수 있는 강건함과 유순함의 덕입니다. 이때 지혜는 어떤 상황의 전개과정에서 조짐을 알아차려 그 상황이 미래에 어떻게 발전해갈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지혜입니다. 책을 덮으며 이제는 주역의 깊은 세계를 향해 좀 더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역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다>를 권합니다.
유형선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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