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책 되새기기] 욕망의 주체, 다양한 여성 - 율리시스(제임스 조이스, 동서문화사)
수정 : 2019-07-05 07:22:12
[지난 책 되새기기]
욕망의 주체, 다양한 여성 -
율리시스(제임스 조이스, 동서문화사)
기원전 700년 호메로스의 장편 서사시 <오디세이아>가 1922년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로 재탄생했다. 오디세우스는 라틴어로 울리세스, 영어로 율리시스, 프랑스어로 율리스로 불린다. 즉, 율리시스는 그리스어 오디세우스의 영어 표기이다. 조이스가 현대판 <오디세이아>를 쓰려했듯 <율리시스>는 신화와 현대, 과거와 현재를 결합한다.
24장으로 이루어진 <오디세이아>가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10년을 표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18장으로 이루어진 <율리시스>는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담는다. 시간적 배경은 1904년 6월 16일 아침 8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단 18시간, 공간적 배경은 조이스의 도시 더블린, 묘지에서 산부인과 병원, 사창가에서 교회, 허름한 주점에서 우체국, 신문사, 국립도서관까지 다양하다.
주인공 또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의 주요인물을 빌려왔다. 하지만 주인공 블룸은 신화적 인물인 오디세우스와는 달리 한 여성의 평범한 남편이다. 그리고 그의 아내 몰리는 <오디세이아>에서 19년간 정절을 지키며 오디세우스를 기다린 페넬로페와는 정반대의 인물로 어머니이자 아내이면서 또한 정부이기도 하다.
몰리는 남성 중심의 체제가 요구하는 여성상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여성의 성은 수동적이고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사회적 억압에 강력하게 반대하며, 자신의 성적 취향과 욕망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율리시스>의 18장에서 그녀는 ‘Yes’로 시작해 ‘Yes’로 끝나는 방점 없는 대항 담론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조이스는 <율리시스> 속 몰리를 통해, ‘남편의 아내’이자 ‘아들의 어머니’라는 경계 안에 갇힌 여성을 성적인 욕망의 주체로 세웠다.
2019년, 내 삶을 찾아 나선 할머니들의 출현과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선언한 며느리들의 등장이 반갑다. 기원전 700년의 페넬로페와 1922년의 몰리의 자리는 어디이며, 2019년의 여성들이 놓인 자리는 과연 어디쯤일까? 다시, <율리시스>를 읽을 시간이다. ‘성적인 욕망의 주체’ 너머 다양한 여성을 상상한다.
김정은 <엄마의 글쓰기> 저자
#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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