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책꽂이] 거짓 자유 (엄윤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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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책꽂이]
거짓 자유 (엄윤진, 갈무리)
촛불혁명 정신을 제대로 담아낸 시민정치 입문서를 찾았습니다. 엄윤진 작가의 <거짓자유>를 촛불을 밝혔던 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동치미 국물 들이키는 것처럼 시원했습니다. 정확한 제목이 ‘있지도 않은 자유를 있다고 느끼게 하는 거짓 자유’입니다. 정치학의 근본 개념들을 다루지만 쉽고 흥미진진합니다.
이 책은 대의민주주의라는 정치 제도와 신자유주의라는 경제 이념의 허구를 낱낱이 분석하여 보이지 않는 제국주의가 지배하는 현실을 드러냅니다. 자본과 소수 엘리트들이 지배하는 현실을 감추기 위해 교육, 사법, 언론, 대중문화, 그리고 자유와 상식 같은 이념이 작동하는 원리를 차례대로 분석합니다. 대안이 있냐고요? 직접 민주주의하면 됩니다. 말이 되냐고요? 직접 민주주의를 상상하지 못하는 게 진짜 문제입니다. 스스로 주인이 되는 삶을 상상하는 능력이 어릴 적부터 세뇌를 통해 제거당한 겁니다.
엄윤진 작가의 주장은 거침이 없습니다. 삼권이 분립하여 서로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다는 믿음부터 깨야 합니다. 인당 최소 수백만 원, 4대 보험과 부가세까지 합치면 천만 원이 넘을 수 있는 세금을 불과 삼백 명 국회의원들에게 맡기는 대의 민주주의가 헬 조선을 탄생시킨 주범입니다. 자본과 권력 앞에 무릎 꿇은 법관들을 탄핵하고 싶다면, 국회의원만 법관탄핵권을 가지는 헌법부터 고쳐야 합니다. 시민 주도 국민투표로 법관 탄핵이 가능할 때, 사법부는 시민을 진정한 권력자이며 헌법의 주인으로 섬길 겁니다. 돈 없는 시민은 헌법이 보장한 자유를 사실상 누리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GDP 25%인 400조를 국민에게 기본 소득으로 지급하는 나라를 상상합니다.
책의 주장이 꿈같은 소리라고 일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악몽입니다. 국민연금 삼천억 원을 잃어가며 삼성의 삼대 세습을 보장해줘도 이 나라는 제재 장치가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5년이 지나도록 밝혀진 게 없습니다. 한 해 2400명이 산재 사고로 사망하고 있지만 솜방망이 처벌만 반복됩니다. 언제까지 헬 조선 이어야 합니까? 우리 아이들도 헬 조선에서 살아야 합니까? 헬 조선을 해피 조선으로 변화시킬 혁명적인 방식이 이젠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스스로 정치에 참여할 때만, 그리고 그 참여로 내 진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주인이다.’ (312쪽)
유형선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 저자)
#1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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