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신간 책꽂이]-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사계절

입력 : 2018-08-31 10:32:58
수정 : 2018-11-28 17:49:12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사계절

20144, 중증장애인 송국현 씨는 화재 현장에서 불길을 피하지 못해 사망했습니다. 송국현 씨 추모결의대회에서 느낀 충격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등 법과 제도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지만 말로 풀어낼 수 없어 답답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조사관 김원영 변호사가 쓴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읽고 속이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실격당한 자들이란, 장애나 질병, 극도로 빈곤한 가정 형편, 누구나 눈길을 돌리게 만드는 추한 외모, 혹은 다른 성적 지향 등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일컫습니다. 1급 지체장애인으로 성장기 내내 내 삶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하는 질문과 싸웠던 저자는 자신의 삶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존엄이란 무엇인가, 중대한 결핍이라 생각되는 속성과 결함을 진정으로 수용하는 것의 의미란 무엇인가, 실격당한 자들이 인생에서 주체적인 저자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들의 서사가 더욱 확장되어 개인의 삶에 머물지 않고 으로 침투해 들어가 권리를 발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다시, ‘나는 법과 권리, 시민들의 교양, 인권 의식, 도덕적 배려 따위에 기대지 않고도, 그 어떤 규범에 의존하지 않고도 사람들 사이에서 존중받고, 호감의 대상이 되고,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인가?’라는 질문 앞에 섭니다. 모든 존재가 존재 자체로 존엄하며 매력적이라는 변론을 펼칩니다. 장애를 자아의 스타일로, 정체성의 구성 요소로, 문화적 다양성의 한 측면으로 규정합니다. 자기를 표현하는 데 제약이 많은 화가들 앞에 자기 초상화를 맡길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는 초상화 그리기를 통해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와 신념, 성향, 몸의 질량과 부피, 비율과 신체의 곡선, 색깔과 향기, 목소리를 모두 종합한다면 실격당한 자들도 아름답고 매력적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존엄하고, 아름다우며, 사랑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인 것이다. 누구도 우리를 실격시키지 못한다.’라고 변론을 종결합니다.

 

김정은 <엄마의 글쓰기> 저자
#94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