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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태표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개성공단 이야기 ③

입력 : 2016-04-15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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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 사라진 생활공동구역, 개성공단

 

▲ ‘개성공단 전면중단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삭발식을 하고 있다.(4월 8일)
 

난관에 부딪힌 임금직불, 총국에서 3개월간 설득

 홍태표 할아버지가 처음 느낀 체제 갈등은 월급주기이다.

 

 “처음에 월급을 줬어. 각 개인 봉투에 줬더니 안받더라구. 나는 일한 사람들에게 직접 주겠다. 남쪽에서 그렇게 했으니 그리 하겠다고. 뭐가 문제냐며 따지고 버텼어. 그러니까 총국에서 나와서 나를 설득하더라고. 북한에서는 교육비 안받지 않냐? 의료비 안받지 않냐? 그런거를 다 나라에서 한다. 그렇게 설득하더라고. 나한테 와서 3개월 동안 설득하더라고. 나도 처음에는 몰랐어. 그래서 그렇게 한거지. 알았으면 그리 안했지.”

 

 북한의 총국입장에서도 난감했을 것이다. 홍태표 할아버지는 이 월급 주기 방식에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의 이질감을 가장 강하게 느껴던 듯 싶다.

 

개성공단 노동보수 지급 방식

 임금직불문제는 개성공단이 시작되던 2004년부터 뜨거운 쟁점이었다. 그러나, 현재 개성공업지구 법제에 근거하면 노동보수 지급 방식은 다음과 같다. 

① 기업이 근로자별 급여명세표를 작성하여 근로자 본인의 확인 서명을 받고, 이때 북한의 기업통계원이 근로자별 구매요청 물자내역을 취합한다. 

② 기업은 임금을 총국에 달러화로 지급한다. 

③총국은 사회문화시책금(총 임금의 30%)을 제외한 나머지를 근로자의 몫으로 현물을 구입할 수 있는 상품공급카드(근로자 몫의 80%)와 공식환율로 환산된 북한 화폐(근로자 몫의 20%)를 현금으로 지급한다. 

④개별 근로자는 개성시에 있는 10여개 공업지구 전용 물품 공급소에서 상품 공급카드를 이용하여 상점가격보다 상당히 싼 국정가격으로 물품을 수령하고, 현금은 이발비 등 생활비로 사용하게 된다.

(이상 서울대 통일평화 연구원 [개성공단], 진인진, 2015년, 250쪽 인용)

 

 한마디로 말하자면, 임금을 총국에 주고, 총국은 그중 30%를 사회문화시책금으로 뺀 나머지를 근로자의 몫으로 주는 것이다.

 

사업권 반납도 있지만, SJ테크처럼 해결할 수도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한편으로 북한 총국 사람들이 3개월간 설득했다는 데 대해 놀랐다.

 

 북측 노동자가 화장실에 쓰는 화장지를 가져가는 걸 보고 남측 법인장이 한마디를 했다가 몸싸움이 벌어진 일이 있었다한다. 그러자 북측 공장장이 노동자들 출근을 허용하지 않았고 결국 남측 법인장이 사업권을 반납하고 나왔다는 사례를 들은 바 있어. 3개월의 설득이 감동적이었다. 할아버지의 고집도 대단하지만, 북한총국이 끈질긴 설득도 감탄한 일이라 생각했다. 어르신을 대접하는 유교문화가 살아있어서 그랬던 것인지 어쩐지는 알 수 없지만, 자존심 대결로 극단으로 치달으면 사업권 반납으로 갈 수도 있고, SJ테크처럼 이해하고 해결할 수도 있다.

 

갑작스런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일자리 사라져

 지난 2월 10일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되었다. 구정 연휴 마지막날 갑작스런 공단 중단에 기업주들도 놀랐지만, 남 북측 노동자들도 경악했다. 정부의 조치로 자신들의 일자리가 한 순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월 16일 국회 국정연설에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은 “지금까지 총 6160억원의 현금이 (개성공단에) 달러로 지급되었다. 우리가 지급한 달러 대부분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북핵 개발차단을 중단 이유로 밝혔다.

 

 위에서 살폈듯이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측에 지불되는 노동보수 총액의 70%는 북한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나와있다. 어찌되었든 2.10조치로 북측의 53,000여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고, 남한의 입주업체 124개에서 일하던 15,000여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남한 업체의 하청기업이 5,000여개에 이르러 실제로는 20여만개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있다.

 

“우리가 정부의 재물 희생양이냐” 개성공단 남측 노동자

 지난 4월 8일 개성공단 남측 노동자들이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삭발식을 했다. 2월 10일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정부는 지원대책안을 발표하며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해고 근로자를 복직시킬 경우 고용유지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공단 폐쇄로 일감이 없는 회사가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으며 회사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 김용환 위원장에 의하면 “공단에서 직·간접적으로 일해온 인력을 모두 합하면 1,500~2,000명 수준이고, 이들은 대책없이 길거리로 내쫓겼다며 실질적인 고용보장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며 눈물의 삭발식을 했다.

 

 남북의 생활공동구역, 남북 노동자의 일자리가 안보의 논리로 순간 해체된 결과는 실업과 가난이라는 벼랑이다.

 

 

 

홍태표 할아버지 

정리 임현주/ 사진 경향신문

 

 

 

#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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