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술은 나눔이다 - 논밭갤러리 이형자 개인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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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반복…상실, 그리고 애도
▲‘인터뷰전’ 전경. 시인의 인터뷰를 배우가 연극하도록 한 영상을 배경으로 우측엔 '뒤집어 쓴 시'와 좌측에 '흡연구역'이 보인다.
매년 이 맘 때, 신진작가의 기획전을 열고 있는 논밭갤러리가 이번엔 ‘인터뷰’라는 제목으로 작가 이형자의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재를 살아가는 예술가로서 자아성찰의 고민과 그런 고민을 작품으로 표현하면서 겪는 패배감을 다시 작품으로 담아 보여주고 있다. 오랜 휴식기 동안 켜켜이 쌓아온 고민들을 내보이는 전시인 만큼 오랜만에 처절한 예술가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전시로 기대가 모아진다.
잠들어 있던 씨앗이 봄볕을 따라 거친 흙을 뚫고 나오다 생각에 빠져 독백하는, 그래서 더 봄에 대한 간절함이 들어 있는 작가 이형자의 개인전은 5월 29일까지 파주 헤이리 논밭갤러리에서 진행된다.
■ 전시명: 이형자 개인전 - 인터뷰
■ 전시기간: 2016. 04. 15(금) ~ 05. 29(일)
■ 전화: 031-945-2720
■ 전시장소: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 1652-118, 논밭예술학교 내 논밭갤러리
■ 주최/기획: ㈜ 쌈지농부 논밭갤러리
■ 관람시간: 11:00am - 06: 00pm (주 6일, 월요일휴관)
▲경험자 우대 | 캔버스 위에 아크릴
▲정물 | 캔버스 위에 아크릴
<작가노트>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고 물속에 깊이 잠겨있던 시간들이 길었다. 세상 돌아가는 것이 아프고 개인적으로도 아팠다. 시간이 지나자 정말 가벼워진 것들만 먼저 떠올랐는데 그 중 몇 개 건져 올렸다면 그것은 소리 ,향기와 같이 형체가 없는 것들이었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슬픔이 아닐까?
슬픔은 때론 분노보다 힘이 세서 비로소 다른 슬픔들을 바라다 볼 수 있게 만든다. 가벼워진다는 것은 비워지는 것. 나로 향했던 시선이 타인들에게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길 위에 펼쳐진 수많은 생의 파편들. 광고문구, 생수통. 잡다한 공사장의 표식들, 가계 앞에 놓인 길거리 화분들, 화물차노점상의 팽팽한 멘트. 이런 것들이 욕망이나 결핍을 드러내는 생의 증거물들이자 슬픔임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관습이라고 명명할 수 조차 없는 미미한 것들로 가득찬 진정한 삶의 고발품들인 것이다. 삶이 휘어지는 지점들이다.
그러나 내제된 추상적인 감정들이 사물들을 통해 슬픔을 목격하고 그것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내가 결국 느낀 것은 실패의 감정이다. 행위를 통해 어떤 지점에 이르면 기존의 미의 영역 안에서 한치도 벗어 날 수 없었다. 표현의 불가능성만을 인정하는 것. 나에게 그것은 무엇을 세우려고 하기보다는 계속해서 파괴하는 반복만을 되풀이하게 만든다. 실패와 실패의 반복. 창작의 실패, 교감의 실패, 분노의 실패. 결국 상실이다.
▲인생은 아름답지 않다 | 캔버스 위에 아크릴
▲초상 | 캔버스 위에 아크릴
실패의 원인을 찾기 위해 나의 의식은 그 이상이 꺽기는 지점에 머물러 있다.
기존의 예술인 것들을 소외시키고 획득한 미술의 가치 앞에서 답이 없는 질문을 해 보는 것으로, 가상의 인터뷰를,
회화의 불가능성을 파괴로 몰락하고자하는 발버둥으로 자화상의 연작을,
무의식의 욕망과 결핍을 수집하는 방법으로 사물들의 드로잉을.
그 실패의 증거물들로 두려움 없이 노출한다. 이 거친 표현들이 재현이 아닌 저항이기를 꿈꾸면서. 상실의 대한 애도하는 마음으로.
-이형자 작가노트 중에서
◍ 이형자 작가 프로필
1991년 서울여대 서양학과 졸업
2013 첫번째 개인전 “LHJ 귀국전” 도하프로젝트 목욕탕 갤러리
#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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