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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좀 봐요! 봐요 (49)수난 받는 경칩개구리들

입력 : 2018-03-16 12:16:00
수정 : 0000-00-00 00:00:00

수난 받는 경칩개구리들

산란터가 없어지고, 알 낳으러 왔다가 잡히고…






2018년 3월 11일 동문리 못말 연못. 

드디어 두꺼비들이 알을 낳기 시작했다. 아침에 연못을 살피러 갔는데 처음 암컷인지, 포접 상태인지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는데, 암컷이 느릿하게 풀숲 밑으로 숨어들어갔다. ‘포접이면 알을 이미 낳았거나 곧 낳을 건데…’ 혼자 생각하며 수초를 보니 알이 보이질 않는다. 조심조심 천천히 연못가를 둘러보는데 작년에 알을 가장 많이 낳았던 수초더미에 갔더니 포접한 두꺼비 두 쌍이 꼼짝 않고 있다. 풀숲에 수컷도 한 마리 눈과 코만 수면위로 내놓고 나를 처다 보고 있다. 

일단 사진을 찍고 자세히 보니 알을 낳았다. 아니 어쩌면 알을 낳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되돌아가 무심코 지나쳐온 연상홍에 가려진 수초를 자세히 살펴보니 그곳에도 두꺼비들이 이미 알을 낳아 놓았다. 대략 10여 개의 ‘염주꾸러미’가 늘어져 있다. 이제 시작이다. 두꺼비들의 2018년 세레나데. 그리고 갓 태어난 두꺼비 2세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

두꺼비들은 다른 양서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고 깊은 연못, 둠벙, 방죽 등을 산란터로 택한다. 문제는 그런 곳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물속에 적절히 수초가 있어야 하는데 경칩 무렵 알을 낳기 시작하기 때문에 수생식물이 자라질 않았고 전년도에 자라던 수초들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연못, 둠벙, 방죽이 남아나질 않는다. 이를 메꿔서 육지로 만들면 땅값이 훨씬 비싸지니까. 

못말은 연못이 동네의 상징이면서 이곳이 고향인 사람들의 어린 시절 추억이 남아있는 장소라  종친회의 관리로 남아있다. 아마도 못말이 종친회 땅이 아니라 개인 땅이었으면 연못은 진작에 사라졌을 수 있다. 근처 자운서원 유적지 안에 있는 연못도 두꺼비와 산개구리들의 산란터이다. 


2014년 3월 2일 문산천 상류 소령원 계곡. 

이곳은 봄이면 북방산개구리들이 산란을 하러 오는 곳이다. 계곡 옆 습지가 된 묵정논들도 북방산개구리들의 산란터이다. 그런데 아시아태평양양서파충류연구소 김은영 연구원이 계곡에 설치돼 있는 통발사진을 보내왔다. 통발 안에는 36마리의 산개구리들이 잡혀 있었다고 한다. 이틀 뒤인 3월 6일 파주환경운동연합 생태조사단이 다시 갔더니 통발이 또 설치돼 있었고 43마리의 산개구리들과 버들치 15마리가 잡혀 있었다. 

당시 보광사 계곡과 소령원 계곡은 이미 2월부터 대형 바윗돌이 뒤집혀 있었고, 이 바위위에 말라붙은 수서곤충을 통해 확인했던 터였다. 개구리를 불법으로 잡아 판매하는 업자들이 다녀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동네 주민들에게 개구리를 잡으면 돈을 주겠다고 매수한 것으로 우리는 추정했다. 

파주시 환경정책과로 달려가 그 현황을 설명하고, 주민들이 모르고 잡는 것이라면 계도를 하여 못잡도록 하고, 엄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파주시에서는 소령원과 보광사 계곡에 개구리를 불법채취하거나 잡아먹는 것 모두 처벌받는다는 현수막을 붙였다. 


# 2017년 봄 문산천 상류 보광사 계곡. 

파주환경운동연합 정명희 사무국장이 보광사 계곡 사진을 보내왔다. 이곳은 계곡산개구리와 도롱뇽과 꼬리치레도롱뇽의 대규모 서식지이며 산란터. 곳곳에 계곡주변에서 장사하는 분들이 사방공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계곡물을 변형시켰다. 정국장이 파주시에 알아보니 보광사에서 계곡주변에 장사하는 분들에게 임대를 해주고, 장사하는 분들은 계곡에 돗자리 테이블 등을 설치하고 손님들을 받는 것이었다. 그 계곡은 보광사의 사유지라 파주시도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북한지역을 포함 18종의 양서류들이 살고 있다. 이중 황소개구리를 제외하고  먹는 사람, 잡는 사람, 국외로 반출하는 사람 모두 처벌받는다. 또 그중에서도 수원청개구리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1급으로, 금개구리와 맹꽁이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2급으로 보호받고 있다. 

양서류는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종이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양서류 보전을 위한 특별위원회’까지 꾸리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가 아무리 법정보호종으로 지정하고, 환경단체가 아무리 양서류 보전을 위한 활동을 해도, 주민들이 개구리를 우리와 함께 사는 귀한 생명으로 인식할 때만 보전이 가능하다. 이들은 우리가 사는 터전이 얼마나 안전한 지를 예언해 주는 ‘탄광 속갱안의 카나리아’ 같은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주 : 경칩무렵에 산란을 하러 나오는 북방산개구리, 한국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를 이화여대 장이권교수는 ‘경칩개구리’라고 불렀다. 여기에 같은 시기 산란을 하는 두꺼비를 포함시켰다.>  



                                     노현기 파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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