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 과학스토리 ⑧ 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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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치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2012년 영화 음치클리닉
“인구의 대략 5% 정도는 진짜 음정 음치인데, 이들은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고 음정을 불안하게 이탈하거나 남이 잘못 부르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최근까지 컬럼비아 대학의 신경정신과 임상교수로 일하다 작년에 세상을 타개한 올리버 색스는 그의 저서 <뮤지코필리아>에서 음정 음치인 사람에 대해서 한 말이다. 음치들은 자신의 노래뿐만 아니라 다른사람이 엉터리로 부르는 노래도 눈치채지 못한다고 한다. 같은 책에서 올리버 색스는 “음정 음치가 심한 사람이라도 음악을 즐기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할 수 있다. 이는 절대적인 의미의 실음악증, 그러니까 ‘완전’ 실음악증과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음악증이라면 음이 음으로 인식되지 않고 따라서 음악이 음악으로 경험되지 않는다.” 라고 말한다.
실음악증이란 신경세포의 이상으로 음악이 소음으로 들리는 경우라고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D. L. 이라고 불리는 환자(환자들은 보통 익명으로 처리된다.)는 음악 소리에 대해서 “부엌에서 솥과 후라이팬을 바닥에 집어 던질 때 나는 소리가 바로 내가 듣는 소리랍니다.” 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녀에게 오페라는 “온통 울부짖는 소리뿐” 이라고 했으니 가히 상상할 만 하다. 실음악증 환자의 경우에 국가도 분간하지 못해서 “남들이 일어설 때까지 기다려야” 눈치를 채곤 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대개 실음악증의 사람들은 ‘심리적’ 혹은 ‘정신적’ 이상이라고 생각했지 ‘신경적’ 문제라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신경세포에 대한 이해가 넓혀지면서 정신병이라고 알려졌던 오해들이 많이 풀려나가고 있다.
노래를 부르는 순간 만큼은 음치, 알츠하이머 환자, 자폐아, 심지어는 사이코패스도 감정을 표현하고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실어증에 걸린 사람도 노래를 하는 순간만큼은 말문이 트이고, 부자연스러운 동작을 일으키는 파킨슨병으로 시달리는 사람도 음악적 리듬을 부여하면 자연스러운 동작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음악은 사람의 뇌에 중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아주 심한 뇌질환에도 지워지지 않는 우리의 가장 선한 본성이다.
글 허심 편집위원
#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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