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 과학스토리 ㉙ 음의에너지-카시미르효과

지난 호에서 우리는 반수소가 실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반수소가 있다면 반산소, 반탄소도 가능하고 더 나아가 모든 물질과는 반대의 성격을 가지는 ‘반물질’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반물질로 가득한 ‘반우주’ 만큼이나 기괴한 것이 또 있다. 음의 에너지가 바로 그것이다.

사과 마이너스 1개가 존재할까? 은행 대출금을 포함해서 마이너스의 세계는 수학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반물질도 결국 수학이 먼저 발견하고 과학자들이 실험으로 찾아낸 것처럼 ‘음의 에너지’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결과도 같게 될지 사뭇 궁금하다.

모든 물질은 중력을 가진다. 그러나 만약 음의 에너지가 있다면 서로 밀어내는 ‘척력’을 가질 것이다. 물론 자석의 N극과 S극은 서로 밀어내지만 이것은 분명히 전자기력이다. ‘반중력’ 혹은 ‘척력’을 가지는 에너지가 존재한다면 분명히 ‘음의 에너지’의 강력한 후보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미 우리는 두 가지나 이런 현상을 알고 있다. 아직 확증되지 않았지만 과학자들이 흥미를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첫 번째가 ‘카시미르 효과’ 이고, 두 번째가 ‘우주가속팽창’의 원인인 암흑에너지다.

▲ 카시미르 판넬이 외부의 진공에너지 에 의해서 안쪽으로 밀린다

카시미르 효과란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헨드릭 카시미르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그림에서처럼 진공상태의 전도성 금속인 카시미르 판넬이 외부의 진공에너지에 의해서 안쪽으로 밀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 때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은 무시해도 될 만큼 적다. 중력은 전자기력의 10-40 이라서 없는 것과 같다. 이렇게 판넬 외부의 진공 에너지가 안쪽으로 밀어주는 에너지 값은 양자장론으로 계산한 값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서대문 자연사박물관장 이강환 박사는 스켚틱 9호에 기고한 ‘초광속 비행은 가능한가?’에서 진공도 에너지를 갖는다고 말한다. 우리 생각과는 달리 진공 속에서도 생성과 소멸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카시미르 효과는 1미크론 단위의 미시세계에서 이뤄지는 ‘음의 에너지’ 현상이라면 거대한 세계에서도 분명하게 관측되는 음의 에너지가 있다. 그것이 바로 ‘우주가속팽창’ 현상이다.

우리 우주의 73%나 차지하는 거대한 에너지가 ‘음의 에너지’의 강력한 후보가 되고 있다. 왜냐하면 ‘척력’의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우주의 팽창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것이 물리법칙이건만 무언가가 점점 더 빠르게 밀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진공이 발휘하는 척력일 수 있으며, 다른 말로 ‘음의 에너지’ 일 수 있다는 말이다. 세상은 요지경이며 우주는 세상보다 훨씬 더 요상하다. 사과 마이너스 1개가 존재할 수 있다.

‘과학책을읽는보통사람들‘ 회원 허심

#6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