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책꽃이] 서른의 반격, 손원평, 은행나무

 신간책꽂이

서른의 반격, 손원평, 은행나무

손원평 작가의 신작 <서른의 반격>을 읽었습니다. 올해 초에 전작 <아몬드>를 읽으면서 내심 다음 책을 기대했는데, 예상보다 이른 차기작의 출현이 반가웠어요. 책을 들자마자 단숨에 읽었습니다. 책장을 덮으며, 책이 제 삶으로 들어왔음을 느낍니다. 70년대 생인 저도 이제‘마흔의 반격’을 꿈꿉니다.

입사시험에서 줄줄이 미끄러지던 88년생 ‘김지혜’는 서른이 되어 대기업 산하 아카데미에 인턴사원으로 취업합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9개월 째 알바사원으로 일합니다. 반지하에서 지내며 최저임금을 갓 넘는 월급을 받고 그마저도 절반은 정규직 취업을 위해 학원비로 씁니다. 미래가 없는 현실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그 현실에 균열을 일으킬 것인지 고민합니다.

지혜는 아카데미의 인기 강사인 박 교수의 단행본 원고를 대필하고 알바비도 못 받았던 동갑내기‘규옥’과,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헐값에 넘기고 영화 제작에서 퇴출돼 슬럼프에 빠져 있는 무명 작가 ‘무인’과, 국회의원이 된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한 후 삶의 자신감을 잃어버린 ‘남은’을 만나 작당 모의합니다. ‘을’들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그들은 세상 전체는 못 바꾸더라도 작은 부당함 하나에 일침을 놓을 수 있다고 믿고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합니다. 인기 강사 박 교수 창피주기, 사기꾼 국회의원에게 엿 먹이고 계란 던지기 등 경범죄로 보기엔 약하고 명예훼손이라 칭하기엔 애매한 장난스런 반격이 매주 벌어집니다. 통제나 검열이 불가능한 일들을 재미있게 놀이처럼 특별한 방식으로 티 나지 않게 끈질기게 행동하는 것, 그것이 그들이 선택한 방법입니다.

작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에 이어, 콜 수를 못 채워 자살한 실습생 홍수연 양과 현장실습 중 사고로 숨진 이민호 군의 소식으로 가슴이 아팠습니다. ‘세상은 몇 발자국쯤 앞으로 나아간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부당함이 우위를 점령하고 있어’ 속이 답답했습니다. 88년생 김지혜 일당의 ‘반격’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세상의 ‘을’들이여, 우리 모두 ‘반격’을 시작합시다!

김정은 <엄마의 글쓰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