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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책 되새기기] 장자

입력 : 2017-12-27 18: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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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오강남 풀이, 현암사, 1999)



제도나 이념 혹은 도덕이나 명분보다 더욱 소중한 게 있지 않냐고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다면, 힘도 줄도 백도 없어 이리 차이고 저리 치이는 우리네 개개인들이 너무도 안쓰러워 가슴앓이를 해보았다면, 변화를 갈망하고 초월하기를 꿈꾼다면, 거짓된 이념을 벗어 던지고 진정 자유롭게 살고 싶다면, 그대는 분명 ‘장자’라는 중국 고대 철학자를 좋아하게 될 것입니다. 
장자가 살았던 고대 중국의 전국시대는 전쟁의 연속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싸움이 그칠 날이 없던 시대라며 ‘戰國時代’ 라는 이름을 붙였겠습니까?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민중의 삶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징집되면 상대국의 성벽을 기어오르다 죽을 것이고, 징집되지 않으면 열심히 농사 짓거나 물건을 팔아도 세금 때문에 굶는 나날이었습니다. 국가는 더욱 강성해져야만 하고 임금과 귀족은 더욱 부유해져야만 하는 게 공동체를 지탱하는 유일하고도 올바른 가치체계였습니다. 이런 참혹한 현실 앞에서 장자의 관심은 공동체 보다도 억눌리고 외면당하는 개개인들이었습니다. 개개인들이 보다 자유롭고 사람다운 삶을 추구하는 데에 가치를 두었습니다. 
철학자라면 왠지 엄숙한 표정에 중저음의 목소리로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이야기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장자’는 다릅니다. 뒤뜰에서, 뒷산에서, 거리에서, 장터에서 만나는 물고기, 매미, 비둘기, 메추라기, 나비, 개구리, 닭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백정이 임금을 가르칩니다. 절름발이, 곱추, 언청이가 인간사회의 진정한 주인공이 됩니다. 
장자는 인의(仁義)나 시비(是非) 같이 한계를 긋고 규제와 간섭을 만들어 내는 행위야 말로 삶에 불행을 부른다고 봅니다. 크고 거창한 것에서 궁극적 원리인 도(道)를 찾는 행위를 즉시 멈추어야 한다고 외칩니다. 기와나 벽돌에도 도(道)가 있고, 오줌이나 똥에도 도(道)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이런 저런 가치관에 굳어버린 마음을 비워야만 저기 먼 곳이 아니라 우리네 일상에서 궁극의 원리[道]를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요컨대 ‘나를 잃어 버린 상태’, 즉 빈 배[虛舟]가 되자고 합니다. 
‘장자’는 워낙 우화와 은유가 많아서 풀이하는 작가마다 해설이 다양합니다. 그래도 역시 오강남 교수님이 번역하고 해설하신 현암사의 ‘장자’가 입문서로 가장 널리 통용됩니다. 지난해를 뒤돌아보며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지금, ‘장자’를 천천히 읽으면서 우주와 인생의 깊은 뜻을 음미해 보기를 권합니다.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 저자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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