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 고양파주 생협] 눈비산마을의 따뜻한 양계장

눈비산마을의 따뜻한 양계장 

이게 다 치맥 탓이다. 닭가슴살 다이어트와 ‘반반무많이(양념 반 후라이드 반 무 많이)’ 탓이다. 치킨집은 명퇴자들의 피 튀기는 전장이 되었고, 청춘들은 시간당 최저임금을 받고 오토바이에 치킨을 실어나른다. 닭들은 종이한장 크기의 케이지에 갇혀 짧은 생을 보내고, 환기도 되지 않는 양계장을 청소하고 계란을 수거하는 건 어김없이 이주노동자의 몫이다.

돈을 버는 건 치킨집 사장님도 양계 농가도 아닌, 프랜차이즈 본사와 하림으로 대표되는 독점 유통업체 뿐이다. 그러고보니 초국적 곡물 메이저도 있다.

닭을 튀기는 식용유도, 식용유를 짜고 남은 대두박으로 만드는 사료도 모두 유전자 조작콩이 원료다. 그러니 엊저녁 우리 가족이 먹은 치킨은 닭이 아니라 카길 같은 초국적 곡물 메이저가 만들어 낸 콩과 옥수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해를 걸러가며 찾아오는 조류 인플루엔자 손님은 고소함만을 쫒는 우리의 ‘미각’과 적자생존의 벼랑으로 우리를 내몰아가는 한국사회가 초대한 것은 아닐까?

충북 괴산의 눈비산마을은 한살림 유정란 생산의 기준을 만든 곳이다. 이 곳은 평평한 바닥에 왕겨와 부엽토를 깔아놓고, 계사의 앞 쪽이 개방되어 있어 자연광이 깊숙이 들어오고 뒤쪽으로도 바람 창이 길게 나 있어 환기가 이루어진다. 닭똥은 자연 발효되어 농사 거름으로 사용된다.

자연, 양계장 특유의 냄새가 거의 없다. 풀사료도 함께 먹인다. 생명을 귀히 여기는 마음이면 그저 족하다. 닭들의 생명도 귀하고 생명이 깃든 계란도 귀하다. 그러니 천정부지의 계란값을 달래기 위해 10만톤의 계란을 수입한다는 정부의 발상은 공장식 축산의 다른 이름이다.

눈과 비를 만드는 설우산(雪雨山, 546m) 자락 물탕골 눈비산마을에는 1만 수의 닭과 여섯 농가가 어울려 오늘도 사이좋게 살아간다.

한살림고양파주 기획홍보팀

#5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