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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소설] 세월호 선장

입력 : 2016-05-13 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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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장

 

4/16 원래 세월 호 선장이 휴가를 떠난다고 하여 며칠 전부터 내가 계약직 선장을 맡고 있다. 근데 이 망할 놈의 선장, 나한테 이런 배를 맡기고 가다니 배가 30도 이상 기울어 버렸다. 그래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나니까 나부터 살고보자. 남은 것들은 알아서 나오겠지 뭐. 구명보트로 나오고 있는데 하필 해경과 취재진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하, 이거 얽히면 곤란해질 텐데... 일단 빠져나오고….

 

병원 침대에 누웠다가 벌떡 일어났다. 잠시만 내 지갑! 돈이 다 물에 젖었잖아. 이런, 일단 돈부터 말리고 보자. 근데 또 황금 같은 휴식을 뺏는 기자들이 찾아왔다. 내가 선장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앞으로 좀 곤란해질 듯할 텐데.

 

오후 7시 쯤 되니까 생존이 170명 정도에다가 나머지는 거의 실종상태이다. 그 정도 되니까 기자 애들도 나한테 책임을 물으려 한다. 내가 무슨 잘못인가. 나는 해경 놈들이 알아서 구조해 줄 줄 알았다. 내가 구조된 이후로도 해경에서 구조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결국 위급한 순간에 걔네들이 구조를 못해 사람들이 못 나온 것이지. 왜 나한테 잘못을 떠넘기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말 답이 없다.

 

한 밤중에 내가 선장이라는 사실이 들통 나고 말았다. 선원 중 누군가 나를 지목했을 것이다. 아마도 기관장 박 씨인지도 모른다. 나는 계약직 선장일 뿐이지만 기관장 박 씨는 정규직 직원으로 청해진 해운을 대표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해경 간부의 아파트로 끌려들어갔다. 거기에서 이틀 동안 갇혀 있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나는 잘 모른다. 정부의 높으신 양반들이 아파트로 찾아와 이해되지 않는 말들을 늘어놓았다.

 

4/19 이제 나는 목포 경찰서로 끌려갔다. 경찰들이 나한테 본격적으로 잘못을 캐묻는다. 배 자체가 그런 상태였는데 나보고 어떡하라는 건지 정말 이해가 안 된다. 구조는 내 몫이 아니다. 나는 다만 세월호를 운전하는 사람에 불과하다. 배가 고장났고, 해경이 왔다. 구조는 해경의 몫이 아니던가. 아이들이 섣불리 바깥으로 나오게 되면 오히려 위험해질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런데 내 마음을 몰라주고 여론에서는 내가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 한 것을 두고 모두 내 잘못으로 몰아간다. 후, 정말. 자기들이 한 번 계약직 선장이 되어보라지. 자기들도 제일 먼저 구조 받으러 나왔을 걸. 그거 하나 때문에 내가 이렇게 밑바닥으로 떨어지다니. 좀 불리하게 됐어.

 

4/20 이제는 이 일을 모르는 국민이 없을 정도다. 근데 왜 나한테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나는 잘못이 없지만 이 상황을 보면 사과를 해야 할 분위기다. 하지만 나는 절대로 잘못한 것이 없다고.

 

5/14 이제 한 달이 다 되간다. 나는 감옥에 갇혔다. 언론은 281명을 죽였다는 혐의로 선장인 내게 다 뒤집어씌우고 살인죄를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그 동안 나를 포함해서 정부의 사고대책본부, 해경, 선박회사, 모두 비난을 받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잘못이 없단 말이다. 다른 애들은 모두 명백한 잘못이 있지만 나는 그런 잘못이 없단 말이야. 왜 나까지 끌어들여서 살인을 뒤집어씌우느냐고. 그래, 이게 모두 해경 때문이야. 이제 평생 동안 해경을 저주하면서 살 거야. 없는 죄를 만든 대가를 꼭 치르게 하고 말겠어. 하지만 살인죄를 받은 지금 이제는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난 잘못이 없다고.

 

 

 

글 조민재(교하고1)

 

 

 

#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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