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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이별

입력 : 2017-12-15 14: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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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이별>


20171019, 나는 처음으로 영원한 이별을 경험했다. 10년을 넘게 함께 살아온 반려견이 눈을 감은 것이다. 사실 정확히 따지자면 처음 겪는 이별은 아니다. 이전에도 작은 동물을 키워본 적이 있었고, 그들도 세상을 떠났다. 그렇지만 내가 죽음을 알고 있는 채로 이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며칠 동안 급격히 나빠진 건강 상태로 힘들어 하던 아이는 병원에 입원한지 3일 만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급하게 도착한 병원에는 눈조차 감지 못한 아이가 있었다. 떠져있는 눈은 여전히 깨끗했다. 잠시 후 병원 측에서 건네준 상자에 들어있는 아이의 모습이 꼭 자는 것만 같았다. 점점 차가워지는 몸을 느끼며 차로 50분 거리에 있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커다랗고 차가워 보이는 회색 기계 속에 들어간 아이는 800도를 넘는 온도에서 화장되었고,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한 줌 재가 되었다. 그 아이가 누워있던 자리, 입던 옷, 다 먹지 못한 밥을 보면 눈가가 시큰거린다. 하지만 여전히 잠이 오고, 배가 고프고, 재밌는 것을 보면 웃음이 나기도 한다. 16살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의 노견이기에 예전에도 종종 반려견과의 마지막을 상상해보기도 했었다. 그 상상 속에서 나는 지금보다 더 슬프고 아파하는 모습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슬퍼하지 않는 지금의 내가 낯설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처음 며칠은 억지로 울어보기도 했다. 슬퍼하지 않는 나의 모습이 그 아이를 배신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내 곁의 빈자리에 익숙해질 쯤 나의 슬퍼하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소리 내어 울지 않아도 나는 슬퍼하고 있고, 그 아이와 함께한 시간은 계속 마음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나의 첫 이별은 죽을 만큼 아프고 슬프기보단 문득 떠오르는 슬픔이었다.

 

교하고등학교 20107 노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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