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공동육아 반딧불이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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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교사, 부모가 행복한 공동육아 -
더 할 나위 없었다.
온통 뉴스를 장식하는 불미스러운 어린이집 이야기들,
그래서 모든 부모들은 ‘내 아이는 괜찮을까?’ 스스로 묻고 고민한다.
육아가 모두의 풀기 힘든 숙제가 되어,
아이는 불행하고, 부모는 불안하며 교사는 자부심이 없다.
파주 유일의 공동육아 어린이집 ‘반딧불이’를 찾아
행복한 보육의 길을 찾아본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란?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생활하기 바라는 15인 이상의 부모가 함께 출자해 아이들이 생활할 터전을 만들고 운영에 참여하는 ‘부모협동 보육시설’이다(2009년 개정된 영유아 보육법). 1994년 신촌의 우리어린이집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 86개가 운영중이다. 그 중에는 민간 어린이집에서 공동육아 교육철학을 실천하는 곳도 있고 국공립어린이집을 위탁 운영하는 곳도 있다.
파주에는 현재 설립 10년째인 ‘반딧불이’가 유일한 공동 육아어린이 집. 공동육아는 운영방식이나 교육철학 면에서 일반 어린이집과는 다른 것들이 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특징
1. 아이 교사 부모 모두가 평등하다.
반딧불에서 어른들은 별명이 있다. ‘OO엄마’ ‘OO아빠’가 아니라 ‘슈퍼맨, 사과빵, 도레미, 도토리’ 등 별명을 부른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별명을 부르며 평어를 쓴다. 어른들끼리도 서로 별명을 부르며 소통한다. 각자의 역할은 다르지만 서로 평등한 관계 속에서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위해서다.
2. 나이에 맞지 않는 인지교육은 하지 않는다.
‘반딧불이 어린이집’은 교육계획안이 없다. 연초에 교사들이 모여 아이들과 함께 지낼 큰 틀을 만들고, 매월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만들어간다. 교사의 계획과 아이들의 요구가 잘 맞는지 한 달에 2번 ‘긴 회의’를 통해 평가하고 계획한다. 월요일을 빼고 하루 일과는 모둠과 나들이로 시작된다. 나들이의 장소는 모둠 아이들이 정하고 나들이에서 무엇을 하고 놀지도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한다.
3. 교사대 아동의 비율이 낮다.
반딧불이 어린이집은 만 2세는 1:6, 만 3세는 1:8, 만 4세~5세는 통합으로 19명의 친구들이 교사2명, 반일교사 1명과 함께 지낸다. 정부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어린이집 교사대 아동비율보다 낮다.
4. 교사들은 아이들을 위해 회의와 교육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교사들이 갖는 회의가 한 달에 4~5회. 부모와 함께하는 방모임을 비롯해서 2주마다 1번씩 있는 교사회의, 지역 공동육아 어린이집 교사들이 만나는 지역교사회의. 이렇게 4번의 회의와 ‘사단법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에서 주최하는 다양한 교육과 세미나, 단계별 현장학교 등에 참석한다. 그리고 전국의 공동육아 교사들이 함께 하는 교사대회가 1년에 2번 있다. 교사들은 한 달에 한번 복지휴가를 가질 수 있고, 조합은 근속 2년~3년마다 교사에게 유급의 안식월을 주어 재충전의 시간을 갖게 한다.
‘반딧불이’ 속으로
? 1월 25일 월요일 ?
‘반딧불이’의 월요일 아침풍경은 여느 아침과는 조금 다르다.
전체 모듬이 있는 날, 대표 교사가 한주간의 일정을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한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각자의 할 일을 자연스럽게 이해한다. 이어서 간단한 노래와 율동을 함께 한다.
5세 <아라방> 안식월을 마친 ‘사탕’이 돌아오다.
전체 모듬에 이어 방별 모듬으로 들어간 아이들.
이제부턴 방별로 자유롭게 아이들의 일과가 시작된다. 저마다 친구의 다가오는 생일을 위해 카드를 준비하기도 하고 친구와 주말에 있었던 일 수다를 떨기도 하고...
갑자기 5세 방에서 난리가 났다. 안식월을 맞아 3주간 아이들과 헤어져 있었던 교사 ‘사탕’이 돌아온 것이다. 그동안 대체교사와 지냈던 아이들은 ‘사탕’을 보자 좋아라 매달리며 “사탕 뭐하고 지냈어?” “보고 싶었어” 등 그동안의 그리움을 나름 표현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 모습이 형제가 많던 시절, 외출하고 돌아온 엄마가 옷을 갈아입기도 전에 서로 그 품을 차지하려 달려들던 모양 같다.
잠시의 소란 후 아이들과 ‘사탕’의 대화는 한참을 그칠 줄 몰랐다. 달콤한 낮잠 시간 전까지.
? 1월 26일 화요일 ?
<6, 7세 통합 마루방> 신나는 졸업여행을 준비하다.
6, 7세 통합반으로 구성된 마루방은 19명의 아이들과 2명의 교사, 그리고 누리 보조교사가 함께 생활 한다.
간식접시를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하루를 시작 한다.
평소에는 자유롭게 실내 활동을 하지만 오늘은 내일부터 있을 7세 아이들의 졸업여행 이야기가 먼저다. 교사 ‘햄스터’는 졸업여행에 참가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신경 쓰였는지 6세 아이들에게 “산마루 친구들은 ‘눈꽃’(보조교사)이랑 마루방을 잘 지켜줘야 해.” 이어 아파서 졸업여행에 참가하지 못하는 지현이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지현이는 마루방 대표로 동생들을 잘 데리고 있어줘” 아이들, 각자에게 맞는 역할을 주는 것이다. 이해한 듯 초롱초롱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양이 대견하다.
이어 바깥나들이를 준비하려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의견을 모은다. 한쪽에선 자못 심각한 토론이 이어졌다. 한 아이가 종이랑 연필을 들고 나들이를 가려고 한 모양이다.
“우리 터전에 있는 건 밖으로 가져 나가지 않기로 했잖아!”
그러자 아이가 그럼 그림을 그릴수 없지 않냐고 묻는다.
교사가 다시 대답한다 “종이랑 연필 없이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우리가 발명해보자.” 옆에 있던 다른 교사가 거든다 “발명! 그거 멋진걸” 그러자 아이는 귀 뒤에 꽂았던 연필을 순순히 내려 놓는다.
이 곳에선 그냥 “안돼”는 없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충분히 이해 시킨후 스스로 결정하게 한다.
4세<샛별반> ‘꽃구름’과 함께 하루를 준비하다.
가장 어린 4세 방, 어리긴 해도 각자 외투를 벗어 정리하는 손끝이 야무져 웃음이 난다. 교사 꽃구름 옆에 모여 앉은 아이들은 궁금한 것을 묻기도 하고 동화책을 가져와 읽어 달라 조르기도 한다.
책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읽기 시작하자 아이들은 사이좋게 귤을 나누어 먹으며 눈과 귀를 모으고 듣는다. 하지만 한 친구는 아직 아침을 열기가 버거운 듯 홀로 나른함을 즐기고 있지만 누구도 재촉하지 않는다.
다같이 무지개 나들이터로!
각방 모두가 무지개 나들이터로 가기로 했다. 알록달록 외투와 모자, 장갑, 방수 신발로 단단히 무장하고 나들이 길에 나선다. 줄도 없고 바쁜 것도 없다. 마을길을 내려가 논길을 지나다 한 무리는 얼음웅덩이에서 걸음을 멈춘다. 또 한 무리는 그냥 길을 간다. 다리를 건너고 산 어귀에 다다르자 걸음이 빨라진다. 산 중턱에 들어서자 참나무 숲 평평한 쉼터가 나타난다. 그곳이 바로 무지개 나들이터. 아이들이 지은 이름이다. 나무로 지은 ‘땅콩집’, 쓰러진 나무는 ‘비행기’, 나무등걸은 ‘나무의자’ 저마다 이름이 있다. 숲 속 모든 것이 놀이다. 자연에서는 다툼도 없다.
“매일같이 나들이를 하다 보니 아이들은 놀이를 스스로 찾아서 해요. 숲이 말을 하고 아이들이 답하지요” 교사 햄스터의 말이다. 교사들 역시 아이들과 함께 놀이에 참여한다. 그냥 아이들의 친구다.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알아서 차를 피하고 큰아이들은 작은 아이들을 돌본다. 방에 들어서자 각자 옷을 벗어 정리하고 손을 씻는다. 큰아이들은 점심식사 준비를 거든다. 각자 먹고 싶은 양만큼 덜어 먹는 자율배식이다. 그런데 그 양이 만만치 않다. 걷고 뛰고 놀았으니 꿀맛인 모양이다. 평소 좋아하는 닭고기 찜에 김치, 노란 배추이파리까지도...
점심식사가 끝나면 실내 자유놀이를 하고, 낮잠을 잔다. 그리고 간식을 먹고 실내나 실외 마당놀이로 하루를 보낸다.
한 친구에게 물었다. “여기 어때?” 친구가 대답한다. “좋아요” 뭐가 좋냐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그 친구가 어리석은 질문에 보란 듯 얘기한다. “다요!‘
아이가 이리 느끼는데 이보다 더 좋은 육아가 있을까?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를 둘러싼 모든 것에서 스스로 배운다.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는 터전 이것이 ‘공동육아 어린이집 반딧불이’이다 (전화 031-947-0726).
글·사진 | 김영금 편집위원, 김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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