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서신문

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149> 위민크로스DMZ 신임 사무총장 캐시 초이

파주가좋다 | 작성일: 2025-06-19 13:09:07 | 수정일: 2025-06-19 13:10:24

 

“미 의회의 한반도 평화법안 서명,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죠”

 

 

 

지난 5월 말, 위민크로스DMZ(Women Cross DMZ)사절단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10년전 2015년 5월, 노벨평화상 수상자 매리어드 맥과이어, 미국 여성인권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을 비롯한 30여 명의 여성 평화운동가들이 분단의 경계, 파주 비무장지대(DMZ)를 건넜다. 한반도의 전쟁 종식과 평화로운 동북아를 염원하며 북에서 남으로 향했던 행진은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에는 아프간계 미국인, 미국 원주민, 남아시아계, 한인계 페미니스트 활동가, 연구자들이 함께해 파주를 시작으로 동두천, 제주 강정 등 미군 주둔 지역을 돌아보며 한반도 평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사절단을 이끈 신임 사무국장, 90년대생 캐시 초이(최선미)는 “내 이야기는 내가 태어난 미국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분단과 전쟁의 역사가 흐르는 한국에서 시작됐다”며 “한 개인의 정치적 정체성을 다지려면, 내가 어디서 왔고 어떤 유산을 받았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이해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각자의 자리에서 땅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는 게 중요하다” 강조했다.

 

 

Q. 올해 위민크로스DMZ 사무국장으로 취임하셨는데, 변호사 출신으로서 평화통일 운동에 깊이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저는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디아스포라입니다. 많은 한국계 미국인들이 가족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이제 막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그 안에는 전쟁과 식민주의, 정치적 탄압의 역사가 억눌린 채 감춰져 있죠. 이는 미국 주류 교육의 문제일 뿐 아니라 우리 가족 안의 침묵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질문을 시작하면 멈출 수 없어요. “우리 가족은 왜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 “무엇을 찾아 떠났고, 무엇을 남겨두었을까?”라는 질문들은 제 이야기가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서 시작되었음을 깨닫게 해주었고, 분단과 전쟁이라는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을 알게 했습니다.

 

특히 저희 가족이 이산가족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분단의 원인과 누가 이득을 얻었는지 묻게 되었고, “나는 정치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다다랐습니다. 저는 시민권 변호사로서 경찰력 남용문제와 노동자 권리 옹호를 위해 일해왔는데요,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라는 군사화된 사회를 이해하려면 미국의 해외 군사주의, 특히 부모님과 조상의 뿌리가 있는 한국의 군사주의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고유한 위치와 시선을 통해 사회 변화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Q.디아스포라 정체성은 평화 통일운동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A. 저는 부모님들이 조상의 땅을 떠나와 미국에서 태어난 첫 세대 이민자로서, 현재 살고 있는 미국 땅—거북섬(Turtle Island) 원주민 공동체의 조상들을 기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원주민 주도의 영토 반환 운동(Land Back)과 연대하며 함께 실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민 과정에서 잃어버린 역사, 언어, 문화를 통해 ‘나는 누구인가’를 배워야 했죠. 한 개인이 정치적 정체성을 다지려면, 내가 어디에서 왔고 어떤 유산을 받았는지를 스스로 배우고 이해해야 합니다.

 

이번 사절단의 원주민 활동가 자닌(Janene)은 “우리는 땅과 ‘올바른 관계(right relationship)’를 맺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각자가 있는 자리에서 땅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묻는 일이 중요합니다. 최근 저희 위민크로스DMZ 보고서 표지에는 평택 대추리 할머니 농민들이 “이 땅은 우리의 생명줄, 끝까지 지켜낼 것입니다”라는 배너를 들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어르신들은 땅과 바다와의 깊은 연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아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날 한국 젊은 세대 가운데서도 그러한 감각과 의식을 가진 이들이 많다고 믿어요.

 

 

 

 

Q. 위민크로스디엠지DMZ가 하는 일과 궁극적인 목표를 소개해 주세요.

 

A. 한국전쟁은 미 군산복합체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출발점이었습니다. 1950년에서 1953년 사이에만 미국 군비는 4배 이상 증가했거든요. 우리는 ‘안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려 합니다. 군사력 증대가 곧 안전을 보장한다는 신화는 현실과 맞지 않으니까요.

 

70년 넘게 지속된 분단과 군사화는 핵 위협을 줄이지 못했고, 가족을 갈라놓았으며 세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진정한 안보는 평화와 외교, 협력에서 비롯된다는 인식을 대중 속에 뿌리내리려 합니다.

 

위민크로스DMZ는 미 의회가 한국전쟁 종전을 선언하는 한반도 평화법안에 서명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죠. 그리고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이 미국인과 한국인 모두에게 끼치는 해악을 폭로해 왔습니다. 2015년 비무장지대 여성평화걷기 이후, 우리는 2019년부터 한국과 북미 전역의 여러 단체들과 함께 ‘코리아 피스 나우 풀뿌리 네트워크(Korea Peace Now Grassroots Network)’를 출범시켰고, 전국 수백 명의 회원들과 함께 여성 주도의 평화협정을 요구해오고 있어요.

 

 

Q. 미국에서 꾸려 온 대표단과 파주 민간인통제구역, 용주골, 평택, 동두천, 제주를 방문했습니다. 왜 이곳들을 선택했나요?   

 

A. 방문하고 싶었던 곳이 정말 많았지만, 시간상 모두 갈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 사절단 참가자들이 수십 년간 이어진 미국의 군사주의를 직접 보고 배우며, ‘한국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체감할 수 있는 장소들을 방문하고자 했습니다. 과거 미군이 주둔했거나 여전히 주둔한 지역들이 대부분이었어요. 또한 한국의 페미니스트 조직가들과 연결되고자 만남을 준비했고,미국의 책임을 묻는 교육활동도 촉진하고자 했습니다.

 

 

Q. 첫 여정을 파주 디엠지 부근에서 시작했는데요, 10년 전 횡단을 한 의미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민간인통제구역(CCZ,민통선) 방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요?

 

A. 검문소를 지나고 이동 제한을 넘어서자 드러난 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의 땅과 강이 너무나 아름다웠다는 점이예요.

 

사람들은 그 땅을 일구고, 농사를 지으며, 자연을 돌보고 있었습니다.이렇게 푸르고 풍요로운 풍경과, 그곳에 드리워진 군사화와 이동의 제약 사이의 극명한 대비가 큰 울림을 줬습니다. 파주 방문은 마음을 채우는 경험이었습니다. 마을 시장과 거리에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과 공동체적 분위기는 대도시에서 느끼기 힘든 귀한 숨결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전쟁과 군사주의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상기시키는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밤마다 들려오는 대북 확성기 소리는, 이 땅이 여전히 전쟁의 그늘 아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어요.

 

 

Q. 이번 방한에서 특히나 인상 깊었던 만남이나 배움은 무엇이었나요?

 

A. 제주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온 최성희 님과 강정 마을 주민들께 특히나 깊이 감사드립니다. 강정 주민들과의 공동체 모임에서 우리는 군사주의가 우리 삶에 끼친 영향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날 오전에는 4.3 평화공원을 방문해 오랫동안 침묵되었던 4.3학살의 참혹한 역사와 미국 군의 개입을 다시금 배웠습니다. 미국에 기반을 둔 우리들이 미국 정부에 책임을 묻고, 치유와 정의를 촉구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Q. 평화와 비군사화된 미래를 위해 어떤 일이 우선되어야 할까요?

 

A. 한국전쟁을 비롯해 모든 전쟁, 군사주의에 대한 국가 주도의 서사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안보’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군사주의는 군사적 해결책을 외교보다 우선시하며, 전쟁과 무력 충돌, 전쟁 준비를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사회 활동으로 간주합니다. 이는 전쟁터를 넘어 정치, 문화, 사회 전반에 깊이 스며들어 있죠. 75년간의 전쟁과, 80년간의 분단이 무엇을 이루었나요? 군사화된 경계선, 수백만 개의 지뢰, 위험한 군사 훈련, 그리고 3만 명의 미군 주둔뿐입니다. 여전히 수천 명의 이산가족이 사랑하는 이를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Q. 신임 사무국장으로서의 포부 한 마디 말씀해 주세요.

 

A. 저의 주요 활동은 미국의 정책을 바꾸고 정치인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특히 여성, 퀴어, 젊은 세대 분들을 만나며 중요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새 대통령 선출은 큰 안도였지만, 많은 이들은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 민주주의는 소외된 이들을 포용하고, 여성과 퀴어 리더십, 장애인 권리, 성노동자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체제여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를 말할 때, 저희 단체는 외교가 ‘선물’이 아니라 필수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교류와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이뤄져야 할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기반한 활동가로서 저는 한국의 사람들이 주권과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역할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김은아 편집위원

관련 글 (카테고리: 파주가좋다)

행정기관
파주시청 파주시의회 파주경찰서 경기도청 경기교육청
지역언론 협동조합 협의회
부천 콩나물신문 양평시민의소리 거창 한들신문 춘천사람들 사람과세상
예술로 통하다 꼴통협동조합
논밭예술학교 쌈지농부 삼무곡 예술공간 유기견 무료분양 뉴스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