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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메아리 [1] 우리 동네 77번 따복버스 따봉!

입력 : 2017-02-10 16:53:00
수정 : 0000-00-00 00:00:00



 
우리 동네 77번 따복버스 따봉!



설날을 하루 앞둔 오후, 무작정 시골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내가 탄 버스는 얼마 전 파주에 들어온 새내기 버스 따복. 행운의 숫자 7을 가슴에 두 개나 달고, 금촌과 자연부락인 송촌리를 오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열댓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아담한 크기지만 안에는 텔레비전이며 쓰레기통까지 있을 건 다 있다.

 

몸을 싣고 십 여분쯤 지났을까. 거미줄처럼 얽힌 빌딩 사이로 시골길이 고개를 삐죽 내민다. 도시를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목가적인 풍경이 눈에 한가득 들어온다. 창밖 모습에서 잠시 눈을 떼고, 정신을 차려보니 대여섯 명 정도의 사람이 타 있다. 인근 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마실 다녀오시는 할아버지·할머니가 오늘의 주요 손님인 듯하다. 흡사 떠나려는 연인을 붙잡는 것처럼 버스를 놓칠세라 달려오는 아주머니 한 분을 더 태우고 버스는 구불구불 비탈길로 내려간다.

 

조금 지나자 버스 안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새해 인사를 하는 광경을 마주한다. 여기가 진정 버스 안이 맞는지 생경한 모습이다. 운전기사 아저씨마저도 사랑방에 온 손님을 대하듯 이야기를 나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내겐 느껴본 적 없는 정겨움이다. 심지어 전용차도 아니건만 어르신이 갑자기 내려달라고 하자 군말 없이 집 근처까지 모시고 간다. 시골길엔 따로 정류장 표시도 없다. 이만하면 택시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그래서인지 따복버스가 들어오던 날 온 동네 주민들이 잔치를 벌였다고.

 

두런두런 들려오는 이야기에 눈을 감고 달리길 한참, 버스는 종점이자 출발점인, 송촌리에 도착했다. 종점까지 함께 온 할아버지 한 분은 손주를 주려고 사셨는지 앵무새 모양의 장난감을 손에 꼭 쥐고 버스에서 내리신다. 옅은 술 냄새와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밉지 않다. 얼굴도 뵙지 못한 내 할아버지도 나를 이렇게 보고 싶어 하셨겠지. 문득 그리워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창밖은 어둑해지고, 시골길에 몇 안 되는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한다. 늦은 오후에 이방인이 종점까지 와서 내리지 않자 운전기사 아저씨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어디 가느냐고 묻는다. 차마 그냥 왔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금촌이라고 얼버무리고 만다. 죄송스럽게도 아저씨는 빨리 가는 법을 친절히 설명해준 후에야 피곤한 몸을 뉘인다. 오래지 않아 잠시 쉬던 버스는 다시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한다.

보랏빛 고운 옷을 입은 따복버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러 오늘도 길 위를 달린다. 옆집·뒷집 시골아줌마, 옆집 아저씨, 언니, 오빠들 다 태우고.

 

따복버스 77-1번은 송촌리에서 금촌 신성교통 차고지를 하루 6번 운행하는 버스다(2~3시간 간격). 송촌리를 기점으로 7시20분 첫차, 9시30분 막차가 금촌으로 출발한다. 송촌리, 신촌리, 문발공단, 교하동, 연다산리, 오도리, 하지석리, 금촌로타리, 시청, 신성교통 차고지를 돈다.

  

유수연 시민기자

 

#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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