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메아리 [2] 아침 깨우는 어머니 빗자루 소리
수정 : 0000-00-00 00:00:00
이불 밖으로 선뜻 나서기 힘든 계절이다. 입춘이 지났건만 겨울을 밀어내기엔 역부족이다. 아직은 고요한 시각. 창밖을 보니 켜진 불빛이 많지 않다. 이른 출근을 하는 사람들 말고는 모두 단잠에 취해 있다. 하늘은 깊은 어둠을 밀어내고 새날의 시작을 알린다. 어머니는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문밖을 나선다.
어머니는 아주 오래전부터 집 앞마당을 쓸면서 하루를 시작하셨다. 몇십 년이 흐르고 아파트로 이사 온 지금, 어머니의 빈자리는 청소 아주머니가 채워주고 있다. 깨끗할 땐 미처 모르지만, 주말이 지나고 나면 느낄 수 있는 아주머니의 빈자리. 아파트 입구는 지저분하게 놔둬도 누군가 치워주는 사람이 있단 걸 알아서인지, 청소 아주머니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나 보다. 집 안은 쓸고 닦고 매일 청소를 하면서 말이다.
오늘 아침은 동장군이 다시 돌아온 듯 유난히 춥다. 아주머니는 잠바, 부츠, 장갑으로 온몸을 무장하고 비질을 하신다. 두꺼운 옷 탓에 몸이 둔할 법한데도 손놀림이 아주 날쌔다. 차가운 바람을 가르는 비질 소리가 악기 소리마냥 경쾌하다. 우두커니 멈춰서 감상하고 있자니 아주머니는 아침 일찍부터 어딜 다녀오는 거냐며 나를 부지런하다고 칭찬하신다. 내 눈에는 칠순이 가까워져 오는 나이에도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시는 당신이 훨씬 부지런한 것 같은데⋯⋯.
비질을 하시는 모습에 어머니가 떠올라 음료수와 반찬 몇 가지를 챙겨서 아주머니를 찾았다. 꿀맛 같은 휴식 시간. 딱히 쉬는 공간이 없어서 아파트 지하 보일러실을 휴게실로 쓰고 있단다. 조금 시끄럽긴 해도 청소 도구며, 소파, 화분 등을 제대로 갖춘 남부럽지 않은 아주머니만의 온전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아주머니는 하루를 시작해서 고된 일과를 끝마치고 희망을 키워나간다.
작은 일이라도 감사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하루였다. 아주머니는 청소를 제대로 안 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참 서운하다고 하신다. 아파트 청소를 도와주시는 고마운 분. 바로 우리 이웃이다. 이젠 아주머니 말고 어머니라고 부르고 싶다.
이웃들이 전하는 삶의 소리가 메아리처럼 퍼져 희망찬 내일이 되길 바라며
유수연 시민기자
#59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