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메아리 [3] 우리학교숨은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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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숨은히어로
아이들 이름 불러주는 교통안전 할아버지
제자의 자녀까지 챙겨주는 고마운 스승님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다.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의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파주 운정의 한 초등학교 앞.
“몇 반 됐어요? 담임 선생님 이름은? ⋯⋯ 잘됐네. 축하해”
교통안전이라고 적힌 노란색 깃발을 들고, 만나는 아이마다 이름을 불러주며 안부 인사를 건네는 노신사의 정체가 궁금했다. 노신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아랑곳하지 않고 학교 앞 횡단보도에 서 있었다. 그는 세 군데 아파트 단지에서 등하교하는 어린이들을 책임지는 배움터 지킴이다.
초록불 신호등이 켜지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의 수신호에 따라 지나간다. 4년 차에 접어드니 아이들이 알기 쉽게 횡단보도의 이름을 1단계, 2단계로 정해서 건너게 하는 그만의 노하우도 생겼다. 하지만 맘이 급한 아이들은 옆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뛰어가기 일쑤다.
장난기 많은 아이들은 일부러 위험한 곳으로 가기도 한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한 마디. “너 이리로 다니면 안 돼” “돌아서 와야지” 밉지 않은 잔소리가 쏟아진다. 어디에선가 본 듯한 모습이 마치 우리네 할아버지 같다.
아침 8시부터 9시, 오후 12시 30분부터 3시 30분. 꼼짝없이 한 자리에 서서 교통지도를 하면 힘들 법한데도 그는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횡단보도를 잘못 설치해서 아이들이 다니기 불편하고, 무엇보다 위험하다며 걱정을 늘어놓는다.
어디에서 저런 힘이 솟아나는 건지 대단하다. 비록 몸은 고단하겠지만 진정 아이들을 사랑해서 나오는 슈퍼파워가 아닐는지.
놀라운 것은 할아버지라고만 알고 지냈던 분이 파주에서 오랫동안 교직에 몸담았던 선생님이라는 사실이다.
본인이 가르쳤던 제자는 어느덧 딸 셋을 낳아 그가 지키는 초등학교에 학부모가 되었다. 이젠 제자의 자녀까지 지켜주는 고마운 스승님. 스승의 사랑은 대를 이어 전해진다. 평생 일터였던 학교를 퇴직한 이후에도 학교로 출근하는 그는 아이들을 함께하는 것이 운명인가보다. 그는 내일도 학교로 출근할 것이다.
이웃들이 전하는 삶의 소리가 메아리처럼 퍼져 희망찬 내일이 되길 바라며
유수연 시민기자
#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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