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나눔이다> 하루하루를 멋진 예술같이 살고 싶은 서양화가 박명선
수정 : 2022-11-15 00:30:30
<예술은 나눔이다>
하루하루를 멋진 예술같이 살고 싶은 서양화가 박명선
▶대표작 흔들리는 책 일부
나는 박명선 작가를 잘 안다. 2006년 그녀가 영국서 돌아와 인사동에서 ‘보이지 않는 벽’이란 타이틀의 전시를 열었을 때부터 인연이 됐다. 나무 그림 가운데 동그란 홀로그램들이 빛을 발하는 게 신기했고 당시 평면 홀로그램을 작품에 접목한 작가가 드물었기에 작가와 대화를 나누게 됐다. 얼마 안가 그녀의 부지런함이 배어있는 작업실을 둘러보면서 58년 동갑내기인 아내와 박 작가는 금방 말이 통했고, 지금은 절친이 됐다. 조용히 작업만 하던 그녀는 살금살금, 살던 집을 고쳐 갤러리로 만들고 부지런히 SNS를 하면서 작업실과 집을 예술과 문화가 촉촉이 적셔진 공유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주부 그림 수다’로 지역문화 활동 시작
그녀가 마을에 정착해 처음 시작한 일은 파주거주 노인들과 아이들에게 무료로 그림을 가르쳐 준일이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예술창작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것은 지금도 그녀의 큰 기쁨이다. 그녀가 주도해온 지역 문화 활동은 2019년부터 본격화됐다. ‘주부그림수다’란 이름으로, 그림을 모르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쉽고 재미있게 그림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작품들이 모이면 지인들을 불러 간이 옥션을 진행했다. 소품 1점에 많이 불러야 5만 원 미만으로 낙찰되긴 했지만, 옥션 호가를 부르는 재미는 쏠쏠했다.
2020년에는 정식으로 박명선 갤러리를 오픈했다. 부담 없는 평면 공간에 조금씩 사람들이 모이고 버스킹으로 인연이 된 밴드들을 초청해 음악회도 열고, 마당에선 벼룩시장도 열었다.
아트스테이, 그림 배우고 달밤에 공릉천변 걷는다
박명선 갤러리의 메인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아트스테이다. 아트스테이란 갤러리에 달린 방에서 묵으며 주변 환경을 즐기고 또 그림도 배우며 별난 체험을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이게 소문이 나면서 주말이면 특별한 경험을 누리기 위해 이곳을 찾는 문화인들이 많아졌다.
박명선 갤러리는 최고의 산책로 겸 생태 보고인 공릉천과 가깝다. 또 사방이 탁 트여있어 시선이 막히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별난 체험에는 그림 그려보기, 달밤에 공릉천변 걷기, 아름드리 소나무가 일품인 장릉 산책, 퍼포먼스 등이 있다. 퍼포먼스는 그녀의 정의에 의하면 “예술을 매개삼아 자신 속에 있는 다양한 표현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다. 머리에 꽃을 꽂고 주변을 걷는다든가, 화려한 치장과 진한 화장을 하고 무용을 해 본다든가. 용기를 좀 더 내서 가까운 헤이리마을에서 버스킹 공연을 해 보는 것 등이 포함된다.
자연환경 보존에 관심 많은 영국 유학파. 햇빛 그리워 귀국했다.
그녀는 자연환경 보존에 관심이 많다. 최근 한강유역환경청에서 하천 정비를 한다며 경사면에 있는 나무들을 베어낸 것에 엄청 마음 아파한다. 그녀는 잘라서 버려진 나무들을 주워 와 공릉천에 사는 새, 오리, 고라니 등을 그려 주차장벽에 설치했다. 그녀는 39세 나이에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 첼시대학과 런던예술대학서 회화를 전공했고 석사학위를 취득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침침한 런던 날씨에 지쳤고 햇빛 따사로운 고향이 너무 그리웠다. 기관지가 약해 공기 좋은 데서 작업할 공간을 찾아 파주로 왔고 탁 트인 공간을 보자 바로 여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20년 전 찾아낸 이 공간과 함께 그녀의 꿈은 해마다 익어가는 중이다.
풍성하고 뜨거운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마지막 날 같이 산다
작고 가냘픈 몸이지만 그녀의 아이디어는 멈추지 않고, 열정은 풍성하고 뜨겁다. 그 열정의 다양한 결과물들은 공간 곳곳을 장식한다. 현관 옆 한 방은 온통 그녀가 그린 그림으로 만든 옷, 스카프, 가방, 베게, 이불 등으로 차 있다. 옷은 창의적 아이디어가 넘친 짜깁기로 프로필사진을 찍을 때도 본인이 지은 옷을 입었다. 부엌에 놓여진 일명 ‘철학 테이블’도 스토리가 있다. 테이블을 받치는 프레임 공간에 남편이 즐겨 읽던 철학책 들을 쌓아 올렸다.
갤러리 오른쪽 구석에는 그녀가 직접 제작한 화목난로가 설치되어 있다. 효율도 좋지만,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예술품이다. 이 난로를 만들기 위해 철판을 자르는 법과 용접도 배웠다. 그녀는 솔직히 말해 본인만의 작품을 할 시간이 없다. 대신 아이디어를 짜내고 SNS에 부지런히 생각의 결과물들을 업데이트하며 소통을 이어간다.
그녀는 “나에겐 이 공간이 내 삶의 마지막 캔버스와 같다. 주변 사람들과 풍성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마음껏 그리고 싶다”라고 말한다. 내가 아는 박 작가는 순진하고 여리다. 하지만 그녀가 걸어온 길을 보면 에너지 넘쳤던 결과물들이 남아있다. 박명선 작가는 하루를 마치 마지막 날 같이 쓴다. 그래서 그녀가 만들어가는 예술 생활은 늘 새로운 경험을 도입한다. 다음엔 무슨 도전을 할지 궁금하다.
김석종 기자
박명선 갤러리 파주시 탄현면 갈현리 682-43
010 968 5878, 네이버,유튜브등에서 박명선 갤러리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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