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책 되새기기 자네, 좌뇌한테 속았네! - 동양철학과 선불교를 위한 뇌과학 교과서
수정 : 2022-06-22 03:00:51
지난책 되새기기
자네, 좌뇌한테 속았네! -
동양철학과 선불교를 위한 뇌과학 교과서
크리스 나이바우어/번역 김윤종/불광출판사 2019-12-02
책의 제목부터가 도발적이다. 나보고 좌뇌한테 속았다한다. 이게 무슨 말이지? 저자는 인지 신경심리학 박사로, 의식, 마음챙김, 좌뇌와 우뇌의 차이점, 인공지능에 대해 강의하고 있는 교수이다.
저자는 스물살 때 아버지의 죽음 이후 깊은 고뇌에 빠지고, 이를 계기로 마음의 작동방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음의 비밀이 뇌에서 밝혀질 것이라 여겨 마음과 뇌의 관계를 오랫동안 탐구해왔다. 그러던 중 불교, 도교를 비롯한 동양 사상의 개념들이 뇌에 대해 밝혀진 사실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신경과학과 동양 사상의 연결을 밝히고자 했다. 지금도 많은 신경과학자들이 명상, 태극권과 요가 같은 동양의 수행법이 전전두엽이나 편도체, 측두두정 접합부, 해마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신경과학, 뇌과학의 발전 성과를 바탕으로 자아라는 개념이 단순히 마음의 구조물에 불과하다고 쓰고 있다.
우리는 평온한 일상에 어떤 일이 벌어지면 이를 해석한다. 그런데 사건을 보고 판단·해석을 붙인 것이 사실이라고 믿어버리는 것처럼, 자아는 좌뇌가 ‘나’라고 판단하고 설명하는 것을 자아라고 믿는 것일뿐 허상이라는 것이다. 좌뇌가 바깥세상의 사물에 초점을 맞추고, 분류하고, 이름을 붙이듯이, 자기 내면에 대해서도 어떤 “것”을 찾아서 “나”라고 이름붙이는 게 아닐까 라는 것이다.
‘우연히 발견된 해석장치, 언어와 범주, 패턴 인지’의 3개의 장에서 좌뇌를 설명하고, ‘우뇌 의식의 토대, 의미와 이해, 우뇌 지능’의 장에서 우뇌를 설명한후 ‘의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답을 하고, ‘진짜 나를 찾아서’의 길을 말하고 있다. 좌뇌의 기능은 언어와 범주화, 우뇌의 기능은 감정과 창조성이다. 최근 50년 동안 계속된 뇌과학과 신경심리학 연구는 좌뇌가 ‘이야기’ 혹은 ‘거짓말’을 창조한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개인적 자아란, 실재하는 어떤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소설의 등장인물에 더 가깝고, 당신 자신은 실재가 아니다.” 그러니, 저자가 우리보고 좌뇌한테 속았다라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 우리가 속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궁금하지 않은가?
홍예정 자유기고가
#1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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