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고양파주생협] 토박이 씨앗을 지키는 ‘채종포’
수정 : 0000-00-00 00:00:00
한살림 하는 사람들- 토박이 씨앗을 지키는 ‘채종포’
토종 씨앗(토박이 씨앗)은 오랜 세월 우리 기후와 토질에 맞게 진화되어 웬만한 질병에도 면역이 생겨 있다. 그래서 농약이 없어도 깨끗하게 자라 열매를 맺어 탈없이 먹고 살았다. 그런데 그런 씨앗으로 키운 음식을 먹을 수가 없게 되었다.
아이엠에프(IMF) 당시 우리 종묘회사가 모두 외국 자본에 넘어갔다고 걱정했다. 우리 농민의 삶의 일부가 외국 자본에 예속된 것이다. 이제까지 자기 밭에서 오랜 세월 농사지어 매년 받아놓은 씨앗이라 해도, 2012년부터는 모든 식물이 ‘품종보호대상’ 작물이므로 다른 사람이 등록한 종자를 자가채종하거나 이웃에게 팔거나 씨앗을 나눌 수 없다. 우리나라가 2002년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에 가입한 이래 2012년부터 시작된 일이다. 텃밭을 하면서 자가소비를 하는 것 이외에는 남은 것을 팔아도 불법행위가 된다. 수천년을 보관했던 우리 토종 씨앗이 많이 사라져버렸지만 지금이라도 제자리를 찾았으면 한다.
작년 한 해 동안 한살림 농산물위원회에서는 자가채종이 가능하고 재래종으로 판단되는 품종에 대한 물품 30여종을 승인했다. 조합원들이 토종작물을 이용함으로써 생산과 소비가 확대되고 종자 자급이 된다면, 종자가격, GMO문제, 다국적기업의 농간 등으로부터 어느정도는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토종종자확대 계획을 세우고 생산이 가능한 생산지나 생산자와 논의하여 생산가능량과 생산비용 등이 구체화되면 소비조합원과 논의를 통해 생산을 확정한다.
올해도 37종의 토종작물이 조합원에게 제안될 예정이다. 한살림괴산연합회에서는 작년부터 채종포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의 생산자들이 중심이 되어 씨앗을 모으고 심어 생산자와 텃밭을 하는 소비조합원과 나눔으로써 토종씨앗을 널리 퍼뜨리고 다시 우리 것으로 이 땅을 채우기 위함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의 아이들이 맛볼 수 없는 우리의 음식. 서구화된 새로운 입맛이 우리의 몸을 변화시키고 있는 현실에서 한 번 잊어버리면 다시 찾아오기 힘든 씨앗을 이 작은 힘이라도 보태 찾고 싶다.
이 일에 여러분도 힘을 보태면 어떠실지. 토종씨앗을 지키는 일, 우리 함께 할까요?
김현향 (현 한살림고양파주농산위원장 · 현 한살림연합농산물위원장)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