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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파주아이쿱생협] 씨앗의 주인은 누구?

입력 : 2015-03-31 12:23:00
수정 : 0000-00-00 00:00:00

 

씨앗의 주인은 누구?

 

▲아름다운 토종씨앗 - 옥청, 아주까리콩, 밤콩, 호래비발콩, 선비잡이콩, 푸르대콩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온 나는 씨앗하면 사과씨, 복숭아씨 같은 과일만 알았지 볍씨가 쌀알이란 걸 몰랐다. 어느 날 마늘밭에 씨 뿌리는 것을 보았는데 그 씨가 6쪽마늘의 한 쪽이었다. "이게 다시 6쪽 마늘이 돼?" 하고 되묻는 나에게 그 친구 농부는 "어릴 적 마늘 파종하는 날이 왜 그리 싫던지" 하며 딴 소리를 했었다. 아마 나의 우문에 살짝 눈을 흘기고 자연스레 나온 혼잣말이었으리라.

 

이제 종자 뒤꽁무니에도 전쟁이란 살벌한 단어가 따라 다닌다. 우연히 씨앗을 받아 심었더니 열매를 다시 맛볼 수 있었던 데서 농사가 시작되었다. 인류 정착의 시작이었다.

 

인류 터전의 시작이 씨앗의 발견이었을 터인데.. 그 존재의 무거움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근본 없는 자본의 미친 짓이 거대 종묘기업이 자행하는 종자의 불임시술이다. 처음엔 그 기술에 놀랐다. 그리고 이내 그것을 생각해내고 곧 바로 실행한 인간의 생명 부정에 더 놀랐었다. 생명을 부정하고 생명을 조작하는 짓 아닌가? 그러나 어느 새 우리는 당연히 해마다 몬산토에서 화학 처리된 씨앗을 사서 파종을 하고 열매를 거두고 또 씨앗을 돈을 주고 사는 농사를 반복하고 있다. 종자가 노다지임을 알아챈 거대 종묘기업이 종자를 농부의 품에서 앗아갔고 세계는 종자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주말 농장하시는 분들 모두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다. 몬산토를, IMF때 헐값에 팔아버려 청양고추에도 로얄티를 내야한다는 것을. 힘겹게 지켜온 앉은뱅이 밀도 그렇다.

 

좀 있으면 주말농장 분양이 시작된다. 농부들이 작년에 거두어 곱게 갈무리 해 놓은 씨앗을 심어 몇 달 후 그 열매를 거두어들이는 우리나라 전통농법이 부활하기 바란다. 오래된 미래!

 

어쩌면 지금쯤 친구는 마늘밭 이랑을 북돋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친구가 심던 토종 6쪽 마늘은 살아남아 땐실한 종자를 남겼고 김치맛을 더 깊게 하고 있다.

 

 

최정순 고양파주아이쿱 교육문화팀장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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