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파주 아이쿱생협] 고전을 읽다가 세월호를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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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읽다가 세월호를 떠올리다
<고전으로 수다떨기>동아리는 3년째 공부중이다. 그 모임에서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읽다가 마주친 사건이 있다. ‘건륭 무진(1748) 장하에서 물고기를 잡는 사람이 물속에 들어갔다가 허리가 두 동강으로 잘려서 물 위로 떠오르는 사건이 생겼다.
황제는 수만 명의 병졸을 풀어서 강물 옆을 파서 물줄기를 돌리고 강바닥을 살펴보게 했는데, 만여 개의 쇠뇌에 화살이 장착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무덤이 있었다. 그리하여 무덤을 발굴하여 ....바로 조조의 시신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떠오른 사건이 있다. 세월호다.
건륭제는 황제의 힘으로 한 어부의 죽음을 규명하고자 강바닥을 드러나게 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304명의 젊은 죽음을 깊은 바다 속에 유기하고 있다. 18세기 청이 21세기 한국보다 밝은 세상이라니. ‘역사는 진보한다’라는 말이 무색하다.
정부의 막무가내, 적반하장과 유가족의 울며 겨자 먹기로 수사, 기소권 없는 세월호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유가족의 절규에도 아랑곳없이 통과된 세월호특별법은 이제 유가족의 뺨을 철썩 때리고 있다. 정부는 고의적인 방해와 부작위로 김을 뺐고, 거기다 치사하게도 한 푼의 예산도 집행하지 않았다. 그 결과 특조위는 6개월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해 놓은 것이 없다. 세월호는 2014년 4월 16일 침몰상황에서 옴짝달싹도 못하고 있다. 징하다 정말..
세월호 관련 기사와 마주하면... 이 바닥을 알 수 없는 화가 치민다, 이래선 안 되는데 짜증과 피곤함이 뒤따른다. 잊지 않겠다고, 똑똑히 마주하겠다고 마음에 새겼는데. 유가족만의 아픔이어선 안 되는데 점점 외면하게 된다.
그런데, 무미건조하게 읽고 있던 열하일기 속 건륭제가 졸고 있던 나의 정신을 차렷 자세로 바짝 차리게 했다. 긴 역사 속에 이런 사건은 다반사였을 터! 그 고리를 끊는 것은 우리의 관심이다. 나는 또 약속한다. 어쩌면 몇 번을 더할 것이다. 바로 볼 것과 늘 깨어있을 것을.
고양 아이쿱 교육팀장 최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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