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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자의 이모저모 <12>결혼이주민 고향 인도네시아에 다녀오다

입력 : 2020-09-28 08:31:19
수정 : 0000-00-00 00:00:00

최순자의 이모저모 <12>결혼이주민 고향 인도네시아에 다녀오다

 

 

 

나는 차별과 편견 없는 사회를 소망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으로 4년 정도 지역에서 다문화 가정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한 내용을 기사로 썼다. 시민들이 다문화 가정에 대해 알아야 이해하고, 이해해야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들도 우리의 소중한 사회 구성원이다.

 

이 활동을 계기로 2015년에 만난 인도네시아에서 온 찌까(Indria Dhanvalve·35) 씨 가족과 함께 그해 연말에 그의 고향 인도네시아를 열흘간 다녀왔다. 그곳에서 부모 없이 자라고 있는 30여 명의 아동과 만남, 유치원 견학, 쉼의 시간 등을 갖고 왔다.

 

찌까 씨는 반둥에서 8남매 셋째로 태어났다.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져 여기저기 이사를 다녔다.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의상전문대학에 다녔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고 직장생활을 해서 동생들 학비를 충당했다.

 

그의 고향 방문은 집안이 가난해서 치르지 못한 찌까 씨 자신의 늦은 돌잔치와 딸 아이 돌잔치를 하기 위해서였다. 찌까 씨 고향을 함께 찾았다

 

 

그의 고향을 가던 날이다. 현지 시각 새벽 네 시를, 우리나라 시간을 알려주고 있던 시계를 보고 여섯 시로 알고 일어났다가 다시 잤다. 아침을 먹고 일곱 시 반 경에 호텔을 출발했다.

 

도로가 복잡할 것이라는 예상했던 대로 긴 시간 정체되었다. 비가 내리는데 정체 구간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먹을 것을 파는 사람들이 있고, 기타를 치며 운전자와 탑승자를 위로해 주는 소년도 있었다. 그 소년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슈카부미는 찌까 씨의 고향으로 아버지가 살고 계셨다. 찌까 씨 친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돌 때 남자아이는 염소 두 마리, 여자아이는 한 마리를 잡아 제를 지낸 후 서로 나눠 먹는 '아께까'라는 행사를 치른단다.

 

찌까 씨 본인 분 한 마리와 딸 돌잔치용 한 마리를 합해 두 마리 염소를 잡았다. 100여 가구의 동네 사람들과 염소 살뿐만 아니라 뼈까지 똑같이 나눠 먹는 아름다운 모습을 봤다. 마을에는 상조회가 아직도 남아 있다고 한다.

 

마을 공부방에서 부모 없이 친지와 지낸다는 아이들 10여 명을 만났다. 세계는 넓다는 것을 알고 꿈을 가지라는 의미로 준비한 지구본과 책을 나눠주며 어렵지만 꿈을 잃지 말라고 격려했다. 먹을 것과 생활필수품도 전해주었다.

 

오후에는 찌까 씨의 친정이 있는 보고르로 갔다. 그곳에서도 부모 없는 아이들 20여 명을 만나 책상과 책, 먹을 것, 쌀을 전해줬다. 책상을 준비한 것은 찌까 씨 의견을 반영했다. 어렸을 때 책상이 없었던 게 아쉬웠다고 했다. 책을 책상에 펼쳐 놓고 읽으며 그 책 속에서 자신의 꿈을 찾고 그렸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만난 아이들에게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여자아이들은 대부분 선생님을 말했다. 남자아이들은 경찰, 비행사, 축구선수 등이 되고 싶단다. 부모 없는 아이들이 많은 것은 의료혜택을 보지 못해 단명하기 때문이라는 안타까운 얘기를 들었다.

 

열흘간의 인도네시아 방문에서 만난 사람들이 기억에 남는다. 세 살 된 아이의 아빠 이뱅은 발리로 돈을 벌러 갔다가 화산 피해를 본 고향 메라피로 돌아왔다. 이곳 아이들을 위해  방문객을 안내하며 자신의 수입 일부를 기부하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두 아이의 아빠 리잘은 건축 자재업을 하며 1년에 세 번 산간마을 아이들을 돕고 있다. 멋진 생각을 하는 사람과의 만남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아동들이 한국 사람이 건네준 책과 책상, 지구본, 먹을 것 등을 통해 꿈과 용기를 가질 기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보고르 백화점 앞에서 어린 아이를 데리고 있던 메마른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또 골목의 쓰레기더미도 아랑곳하지 않고 해맑은 모습으로 구슬치기를 하던 슈카부미 아이들의 모습도 눈에 선하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를 타고, 7시간 정도 소요되어 다음 날 아침 아홉 시 경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귀국 길에 좀 더 소박하고 간소하게 살기, 스스로 행복해지기, 내 몸 돌보기 등에 대해 생각해 봤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찌까 씨는 자신만의 가게를 갖는 게 꿈이다. 그녀가 한국에서 행복하고, 꿈을 이뤄가길 바란다.

 

 

편집위원 최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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