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는 기후 위기 극복 ‘ESG 행동대장’ - 국가복지소사이어티 칼럼
수정 : 2024-08-09 05:43:50
지방정부는 기후 위기 극복 ‘ESG 행동대장’ - 국가복지소사이어티 칼럼
박동완 대표 / ㈜브레인파크
세계경제포럼(WEF)은 해마다 세계위험보고서를 발간한다. 위험보고서를 보면, 올해도 예외 없이 앞으로 10년 안에 닥칠 위기의 1위부터 4위까지를 기후 위기와 관련된 단어들이 채우고 있다. 1위 기상이변, 2위 지구 시스템의 급격한 변화, 3위 생물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변화, 4위 자원부족 등이다. 지난해는 지구 평균기온이 기록상으로 가장 더운 해를 기록했다. 산업화(1850년~1900년) 이전보다 1.48도 상승했다. 마지노선으로 정한 1.5도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인류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기후위기시대와 ‘오늘의 화석상’ 대한민국
그래도 대한민국은 아무 걱정이 없는 것 같다. 2024년 기후변화대응지수(CCPI)를 보면 모니터링국가 67개 중 대한민국은 지난해보다 4개 더 내려앉은 64위로 꼴찌 수준이다.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전 세계 기후악당 국가에게 주는 '오늘의 화석상(Fossil of the Day Award)을 대한민국은 올해도 수상(?)했다. RE100을 위해 재생에너지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쉬쉬해야 하고, 태양광 이야기를 하면 '역적(?)'으로 몰릴 분위기라, 우리가 '기후악당' 신세를 면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기후위기가 기후재앙으로 치닫고 있는 때에, 국내에도 ESG가 부상하고 있다. 오늘 부모 손을 잡고 놀이터로 가는 세대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시대에 ESG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기업은 2026년 ESG 공시를 준비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공공영역까지 ESG를 하겠다는 선언과 보고서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곳곳에서 선언식이 열리고, 하루건너 세미나 참석 요청 문자가 온다. 학회와 단체와 컨설팅 회사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선언, 세미나, 조직 수로는 선진국보다 훨씬 뜨거운 열기(?)가 아닐 수 없다. 다행한 일이다. 그런데 소리만 요란한 수레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소리만 요란한 ESG,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빈 곳에 많아 소리만 요란한 수레를 짐칸이 꽉 찬 수레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나서야 한다. 국민이 뽑은 300명 국회의원이 모인 여의도가 앞장서면 가장 좋겠지만 ‘정치 없는 전쟁’, ‘국민 없는 그들만의 리그’에만 몰두하는 여의도가 ESG에 앞장서길 기다리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 통과하길 기다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 같아 포기한다. 지방정부가 시민들의 인식 수준을 높이고 시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ESG 경영을 선도하는 것이 현 단계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지라 생각한다.
1) 지방정부 ESG위원회 설치
첫째, 내실있는 ESG 추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시도지사, 시군구청장 직속으로 지방정부 ESG위원회를 만들고 평가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평가지표와 평가시스템도 정비해야 한다. 민간에서 추진하는 평가프로그램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정부가 적절하게 규제하고 감독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가기관의 난립을 방치하면 A기관 평가에서는 낙제점을 받은 지방정부가 B기관 평가에서는 최우수상을 받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2) ‘민간 기후경비대’ 발족
둘째, 시민들의 기후 위기 인식도를 높이는 교육이 필요하다. 2021년 유엔개발계획(UNDP)이 세계 50개국 120만 명을 대상으로 세계 최대규모의 여론조사를 했다. ‘기후 위기가 세계적 비상사태라고 생각하느냐’를 물었다. 영국과 이탈리아가 81%로 가장 높았고, 일본 79%, 남아프리카공화국 76%, 호주 72%, 미국·러시아 65%였다. 우리나라는 50% 이하 국가로 꼴찌 수준이었다. 일반 국민은 아직 기후 위기나 ESG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지 않다. 심지어 공무원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지방정부는 평생학습원이나 평생학습센터 프로그램에 ESG 강좌를 대폭 보강하고, 지역대학에 ESG 특별과정을 만들어 지역 내 ESG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시민들이 높은 위기의식을 무기로 기업과 공공을 압박하는 것은 ESG 확대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민간 ‘기후경비대’를 만들어 기업 활동과 환경을 파괴하는 무분별한 개발정책을 철저히 감시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시민들이 두 눈을 뜨고 요구하고 감시하지 않는다면 국회도 기업도 공공영역도 결국은 시늉만 하고 만다는 것을, 우리는 ‘지방의제 21’부터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다.
3) 지역기업 ESG 로드맵 지원
셋째, 지역기업에 대한 ESG 로드맵 지원이 필요하다. 탄소 국경세가 국제적인 ESG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이 ESG 로드맵을 실천하더라도 1~2차 협력사들이 준비하지 못하면 결국 대기업 공급망이 무너지고 경제위기에 처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 중소기업인 지역기업들은 이런 로드맵을 만들 여력이 없다. 따라서 지방정부와 지역대학이 협업을 통해 지역기업에 ESG 경영 로드맵을 작성해 주는 서비스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4) ESG 글로벌 협력 해외연수
넷째, ESG 실천에 모범적인 해외 지방정부와 다양한 형태의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목적도 성과도 알 수 없는 외유성 해외 여비의 절반이라도 ESG 글로벌 협력을 위한 해외 세미나나 교류 협력 비용으로 사용하겠다는 결심을 해야 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기획 출판한 『위기의 시대, 지방정부를 위한 ESG』에 보면 해외 지방정부의 모범사례가 다수 소개되어 있다.
대만 펑후(Penghu)현은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을 구축해서 용수 사용량을 줄였다. 스페인 마요르카(Mallorca)는 태양에너지로 연간 300톤가량 그린 수소를 생산해서 농어촌 공공인프라를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 고틀란드(Gotland)는 달리면 전기차가 충전되는 전기차 충전 도로를 깔아 놓았다. 영국 런던은 온실가스 배출 차량을 도심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저배출구역(Low Emission Zones)을 지정하고 있다.
이달고 파리시장은 파리시의 차량 운행속도를 시속 30㎞로 제한하고 시내에 있는 자동차 주차장 6만 면을 자전거 주차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직원만 27만 명에 달하고 설립된 지 150년이 된 스위스 식품회사 네슬레는 향후 10년간 2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고 약속했다.
기후 위기는 식량 위기와 같은 말이다. 세계 각국의 도시가 식량권을 기본권 수준으로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브라질의 벨루오리존치는 세계 최초로 시민들의 식량권을 인정했다. 세계적인 환경도시 꾸리치바는 먹거리 자급을 위해 크고 작은 지역사회 텃밭을 도시 전역에 146개나 만들었다. 이런 세계적인 ESG 모범 지방정부와 교류하는 것은 우리 지방정부의 ESG 역량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5) 국내 지방정부와 교류 확대
다섯째, 국내로 눈을 돌려 크고 작은 성과를 낸 지방정부 간 정보교류도 중요하다. 서울시는 모든 경유 시내버스를 친환경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로 전환했다. 부산시는 국내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ESG우수기업인증제를 도입했다. 수원시는 국내 최초로 1달 동안 인구 4,300명이 사는 행궁동 일원에서 자동차 통행을 한 달 동안 금지하는 생태교통 페스티벌을 12년째 개최했다.
해남군은 농식품 기후변화대응센터를 유치하고 RE100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도 추진하고 있다. 광명시는 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ESG 경영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지방정부의 ESG 모범사례를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한 다양한 네트워크 프로그램들을 개발해야 한다.
6) 시민참여예산 ESG 사업 개발
여섯째, 시민을 ESG 사업에 참여시켜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시민참여예산제 정책사업을 많이 추진해야 한다.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이 참여하는 사회적기업을 만들어 폐지 압축 단열재를 비롯한 재활용 제품을 생산하면 생계가 어려운 노인들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할 수 있고 재활용율을 높일 수 있다. 지역에서 나오는 폐자원이나 특이한 재료를 이용해서, 시내에 있는 인도 바닥을 예술작품으로 포장하는 사업도 ESG를 촉진하는 사업이다.
주차장은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포장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잔디 블록이나 투수성 포장으로 바꾸고, 과실수를 심어 도시 과수원으로 만들면 공원도 확보하고 일자리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 시민들이 지방정부와 함께 자동차 주차장의 2분의 1을 자전거 주차장으로 할애하거나, 4차선 도로의 차선 하나는 자전거가 쓰도록 하는 캠페인을 펼치는 것도 꿈같은 일은 아니다. 이미 파리에서 실천하고 있다. 자동차가 편리한 도시를 만드는데 천문학적인 예산을 쓰면서 ESG를 선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어린이 보호구역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등하교 시간에 통행을 제한하고, 차량이 쌩쌩 달릴 수 있는 아스팔트 포장을 거둬 내고, 화강암 포석으로 포장해서 아예 차량들이 기어서 가도록 해야 한다. 차를 쌩쌩 달리도록 포장해 놓고 CCTV로 과속을 단속하는 것은 반환경적이다.
지방정부ESG 300프로젝트, 지역에서부터 만들어가는 희망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는 시민이 쥐고 있고, 시민들의 위기 인식도를 높여 ESG 행정으로 인류 생존의 위기를 극복할 책임은 지방정부에 있다. 지방정부가 ESG 추진을 위한 체계를 정비하고 시민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외 교류 협력 활동을 통해 좋은 정책을 배우고, 시민 참여 ESG 정책을 활발하게 펼쳐 당면한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행동대장 역할을 충실히 해 줄 것을 기대한다.
복지국가소사이이터는 『지방정부ESG 300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ESG 플랫폼을 구축하고,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기획 출판한 『위기의 시대, 지방정부를 위한 ESG』에 제안한 ESG지표를 바탕으로 226개 기초지방정부와 17개 광역지방정부에서 진행하는 ESG 정책을 본격적으로 모니터링해서 공개할 예정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2026년 지방선거에서 ESG 정책이 서로 경쟁하고, ESG 행정을 충실히 실천해나갈 인물이 당선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런 활동들도 지방정부의 ESG 활동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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