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물에도 TPO가 필요하다 - 심학산 아래 3만개 LED등 단 건물이???
수정 : 2023-04-28 07:30:24
<기고> 건물에도 TPO가 필요하다
- 심학산 아래 3만개 LED등 단 건물이???
흔히들 옷차림에서는 시간, 장소, 주변상황 즉 T.P.O (Time, Place, Occasion)을 고려한 착장이 필요하다고 한다.
명품 수영복 뽐내며 그 멋에 한껏 취해 뽐내는 사람이 있다.
그 장소가 수영장이면 주변의 모두가 대수롭지 않게 바라본다.
그러나, 그곳이 길거리라면 지나가는 모든 이가 수군거리고 급기야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
이것은 비단, 옷차림뿐은 아닐 것이다.
건물에도 TPO가 있다.
주변이 산이고 밭인 곳에 더욱이 인접한 대지와는 겨우 50c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20M에 가까운 건물이 건축 중이다.
건물 외벽 전체에 30,000이상의 LED 조명이 촘촘히 달려있다.
건물이 지어지는 곳은 수리부엉이의 서식지 인근이다.
밤이 되면 칠흙이 되는 곳에 그 건물 하나만 대낮같이 밝다.
그 수리부엉이는 이제 갈 곳을 잃었다.
그간 살아오던 둥지를 떠나 어디론가 다시 쫒겨가야햐는 신세가 된 것이다.
인간이 파괴하는 자연은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임야를 절토/성토하여 조성하며 건축하는 건물의 1미터 뒤로는 밭들이 즐비하다.
밭의 남쪽에 바짝 붙어 있는 건물로 빛을 강탈당했다.
이 밭은 이제 농지로의 생을 마감해야 하는 처지이다.
과연 그러한 건물의 건축주는
그 건물로 파괴된 자연에게는 미안할까?
그 건물에 빛나는 LED로 주변의 습생들에게는 죄송할까?
그 건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주변 주민에게 과연 미안할까?
꼭 이렇게 자연을 파괴해 가며, 주변에 피해를 주어가면서까지,
건축을 했었어야 했나?
주택과 밭, 산이 혼재하는 곳이 아닌 문화단지나 일반 상업지구에 지었다면, 그 건물은 다른 평가를 받았을 수도 있다.
바로 건물에도 TPO가 필요한 이유이다.
자연 그대로를 활용하는 것이 아닌,
입맛에 맞게 변형하고 이 과정에서 여러 불법행위들을 통해 건축을 하는 현장.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온난화는 더욱 심각해 지고 있다. 정말 지구 종말이 마지막이 가까워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파괴적인 현상이 나타나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이 자연 그 자체이고, 그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던 우리네... 바로 사람이다.
개인의 욕심과 자아의 이데올로기에 갇혀, 자연을 파괴해가며 건물을 짓고,
이러한 행위들을 자랑스러워 하는 현 세태를 꼬집고 싶다.
- 심안 -
▲ 어둠이 내려앉은 심학산 자연취락지역 내, 나홀로 빛나는 건물.
해당 건물은 건물 전면에 30,000개 이상의 LED를 달고 빛을 내고 있어 주변의 산과 밭은 밤에도 쉬지를 못한다.
▲ 2022년 9월을 마지막으로, 수리부엉이는 이 마을에서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건물이 들어서는 곳은 수리부엉이가 목격되던 곳 20M 내외이고, 주변으로는 밭과 산이 있다.
*수리부엉이 : 올빼미목 올빼미과의 조류. 1982년 11월 16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어두워지면 활동을 시작하여 새벽 해뜰 무렵까지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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