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이어 함께 하는 운동 - 국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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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국궁의 자부심 ‘교하정’
▲과녁을 향한 교하정 여무사들의 눈빛이 진지하다.
엄지발가락을 땅에 굳게 딛고.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일자가 되게 허리를 곧게 펴고, 두 팔을 길게 뻗어 숨을 멈추고 활시위를 당긴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포물선을 그리며 145m 떨어진 과녁을 향해 날아간다. ‘텅’ 과녁을 맞힌 화살 소리는 듣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열을 불러온다. 활시위를 당기면서 팽팽해졌던 긴장감은 시위를 놓으면서 잠시 여유를 되찾는다.
“교하정은 1960년 즈음 행수정으로부터 비롯되어서 지금까지 5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활터입니다. 교하정 회원은 어릴 때부터 동네 어르신들이 활 쏘는 것을 보며 자라다가 자연스레 시작하게 된 회원이 대부분입니다.”
30여 년째 활을 쏘고 계시다는 김영식(71) 고문은 회원들의 화합이 교하정 최대의 자랑이라고 한다. 여성 회원은 7명, 7공주 중 6명은 부부가 함께 다니고, 1공주는 부모님과 함께 활을 쏘고 있다. 가족이 수십 년을 함께 운동하며 사이가 오히려 돈독해지는 게 국궁이 지니는 큰 장점이라고, 현재 교하정 회원 40여 명 중 가족이 함께 다니는 경우가 거의 절반이다.
“다른 운동은 땀을 많이 흘리고 숨도 차고 그래야 운동을 하는 것 같잖아요. 그런데 국궁은 이를테면 정중동의 운동이라고 할 수 있어요. 움직임이 없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근육을 동원하고 심지어 정신까지도 집중해야 하는 운동이거든요. 절대 쉽지는 않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운동이에요.”
부모님과 함께 5년째 활을 쏘고 있다는 박진승(41) 씨는 국궁은 연애만큼이나 설레는 운동이라며 열렬한 애정을 과시한다. 실력이 조금씩 높아지면서 정복되어지는 게 아니라 새로운 다음 단계를 끊임없이 만나게 된다고. 오기도 생기고 승부욕도 불러일으키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국궁은 만날 때마다 가슴 설레는 연인과도 같다고.
“자세가 바로 잡힐 때까지는 사대(활을 쏘는 자리)에 설 수 없어요. 2~3개월 바짝 훈련해서 자세가 잡히면 비로소 사대에 서서 과녁을 향해 활을 쏠 수 있는데 이때 사대에 서는 것에도 질서가 있어요. 이를테면 국궁은 예로 시작해서 예로 끝나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죠.”
15년째 활을 쏘고 있다는 김명희(64) 씨는 국궁을 하는 사람들의 기본은 예절이라고 말한다. 사대에 설 때도 왼쪽부터 연배 높은 어른이 서게 되고, 여성이 있는 경우 여성을 가운데 두고 좌우에서 보호하는 형태로 배열이 된다. 또 할을 쏘기 전 “살을 내겠습니다” 활을 쏜 후에는 “살을 거둡니다” 가벼운 목례와 함께 예를 갖춰야 한다.
국궁을 하는 회원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 허리가 꼿꼿하다, 농사일을 하는 사람도 활을 쏠 때의 자세 덕분에 꼿꼿한 허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 뿐만 아니라 국궁을 통해 폐활량도 좋아지고, 어깨 결림, 두통 등이 모두 사라졌다며 회원들의 국궁에 대한 자랑이 끝없이 이어진다.
동쪽의 활을 잘 쏘는 민족이라 하여 ‘동이(東夷)’라 불렸던 우리 민족의 정기는 오늘날 3만여 국궁동호인들에 의해 전승되고 있다. 전국 370여 개의 활터 중 파주에 11개의 활터가 있다, 구역별로 보면 전국 최대의 활터를 지닌 도시이다. 오늘은 우리 동네 활터가 어디에 있는지 한 번쯤 둘러볼 일이다.
글·사진 이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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