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자의 이모저모 <6> 아이 스스로 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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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자의 이모저모 <6>
아이 스스로 하게 하라
아동심리&부모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칼럼
자료사진
운동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근처 아파트에서 유치원에 다닐 연령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킥보드를 들고 계단 위에 서 있다. 잠시 후 아빠가 왔다. 아빠는 아이가 들고 있던 킥보드를 달라고 하더니 자신이 든다.
아이에게 몇 살인지 물었다. “7살이요.”라고 대답한다. 7살이면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갈 연령이다. 아이가 들 수 있는 킥보드를 대신 들어주는 아빠를 친절한, 좋은 아빠라고 해야 할까?
아빠 입장에서는 계단이라서 위험해서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아이는 혼자서 충분히 들고 계단을 내려갈 수 있는 나이이다. 스스로 그런 경험을 해야 발달에 도움이 된다.
이 아빠뿐 아니라 이런 사례가 많다.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아이를 돌봐줄 경우는 더욱더 그렇다. 모 백화점 문화센터에 부모교육을 하러 갔다. 아이의 엄마와 할머니가 같이 와 있다. 사연을 물으니, 엄마는 아이 스스로 하게 해주고 싶은데, 할머니는 다 해줘 버린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손주가 하는 게 아까워요.”라고 했다. 손주가 귀하다는 의미이리라.
발달적으로 10개월이면 손 전체로 물건을 잡던 아이가 손가락을 사용할 수 있고, 11개월이 되면 주사위 2개 정도를 쌓을 정도로 소근육이 발달한다. 12개월이면 스스로 걸을 수 있다. 물론 발달의 개인차는 있음으로 조금 빠르거나 늦을 수는 있다.
아이들이 어떤 일을 자기 스스로 달성하고 나서 갖게 되는 뿌듯함, “아, 내가 했다.”“내가 해냈구나.”라는 것을 ‘내적 만족감’ ‘내적 피드백’이라 한다. 영아발달의 세계적 권위자인 하버드대 명예교수 ‘브레질톤’교수는 바로 ‘내적 만족감’이 아이 발달에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면, 아이는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이 자신감은 아이의 긍정적 자아존중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 ‘회복탄력성’ 즉 실수, 잘못하더라도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거리의 치유자로 널리 알려진 정신과 의사로 적정심리학을 강조하는 정혜신 박사는 저서 <당신은 옳다> 책에서“날씨는 하루하루의 바람과 습도, 주변의 기압 등 모든 상태와의 상호작용을 거치며 계속 달라진다. 사람 마음도 그렇다. 한순간도 고정되지 않고 계속 움직인다.”라고 했다.
나는 인간의 삶도 그렇다고 본다.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의 날씨가 그러듯이 우리네 삶도 이런 저런 날씨와 같다. 궂은 날씨처럼 좋지 않을 때는 위에서 말한 ‘자아존중감’과 ‘회복탄력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다.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 스스로 하게 하자. 그게 아이 발달을 돕는 일이다.
최순자
파주에서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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