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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중딩의 같잖은 문화 리뷰 < 10 > 영화를 보고, 또 보고 "뿌듯하면서 훌륭한 외톨이가 된 것 같다"

입력 : 2015-12-18 12:55:00
수정 : 0000-00-00 00:00:00

영화를 보고, 또 보고 "뿌듯하면서 훌륭한 외톨이가 된 것 같다"



 



날씨가 추워졌다. 눈 같지 않은 눈도 내리고 처박혀 있던 패딩도 꺼내 입으면서 이제 겨울이구나 싶다. 올해가 끝나고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정리를 해야 될 것 같아서 일기장에 올해 본 영화를 써내려갔더니 올해 영화를 일흔 세편을 보았다는 걸 알았다. 또, 올해 나는 마블 영화에 꽂혀서 히어로 영화를 다시 찾아보기 시작했고, 브래드 피트와 조셉 고든 래빗이 나온 영화를 많이 보았으며, 액션 영화를 보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정리하다 보니 뿌듯하면서 훌륭한 외톨이가 된 것 같기도 했다. 외톨이 같은 기분을 떨치기 위해 올해 봤던 영화 중 좋았던 영화를 몇 편 뽑아보았다.



 





올해 5월에 개봉한 작품으로, 내게 액션 영화의 매력을 제대로 알려줬다! 핵전쟁으로 멸망한 22세기를 배경으로 화려한 자동차 액션을 보여준다. 묘기와 같은 액션들이 CG가 아니라는데에 두 번 놀라는 영화. 올해 최고의 남자배우로 뽑힌 톰 하디와 걸 크러쉬를 일으키는 삭발한 샤를리즈 테론, 맨 얼굴을 보기가 힘든 니콜라스 홀트 까지 나온다. 정신없이 터지는 자동차들에 심장도 아플 정도로 뛰었다. 구구절절한 스토리 없이 깔끔하고 미친 듯이 멋있는 영화였다. 액션 장면 뿐만 아니라 캐릭터들의 매력과 균형(특히 여자 캐릭터들의 유례없는 활약), 사막 배경에서 나오는 강력한 색감과 영상, 구질구질한 과거 이야기 없이 긴장감을 유지하는 스토리도 좋았다. 영화관에서 두 번 본 영화. 한번 더 볼걸 하고 후회하는 중이다.



 





미션 임파서블이 전형적인 미국의 스파이라면 영국에는 007, 그리고 킹스맨이 있다! 점잖은 영국 신사 콜린 퍼스가 액션이라니 싶었지만 정말 색다른 매력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영화. 이 영화를 얘기할 때 ‘약 빨았다’ 는 말이 안 나온 적이 없으니 말 다했다. 사실 개연성도 밥 말아먹고 깊이 생각하면 저게 말이 돼? 싶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보다보면 그게 뭐가 중요해! 해리가, 에그시가 멋있는데! 이 정신없는 리뷰처럼 영화도 정말 정신없다. 정신없이 웃기고 정신없이 재밌고 정신없이 멋있고 정신없이 어이없고 정신없이 긴장되고 정신없이.. 암튼 정신없다. 명대사도 많은데, 아마 대표적인 건 빗장도 없는 교실 문을 걸어잠구게 만든 “Manner maketh man." 일 것이다. 아 모르겠다 그냥 킹스맨 보세요! (중학생 리뷰에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거라 믿는다. 차라리 영화관에서 못 본 것에 대해 동정을 해주셨으면...)



 





죄다 액션인 것 같지만 ... 고구마, 고구마, 고구마, 사!!!!!이!!!!!!!!다!!!!!!!의 영화였다. 황정민의 액션이야 신세계, 부당거래와 같이 깔끔했고 캐릭터도 흔한 정의로운 영화 주인공이었지만 이 영화가 독보적이었던 건 악역의 존재감이었다. 어이가 없네?로 예고편에서부터 영화를 쥐고 흔든 조태오의 존재가 어마무시하게 대단했던 것이다. 더불어 흠 잡을데 없는 배우들의 연기와 긴장감 사이사이에 웃음을 주는 장면들, 현실에선 찾아보기 힘든, 그래서 더 시원한 이야기가 이 영화의 매력이었다. 아, 아트박스 사장님을 빼먹을 수 없지.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이십 초 만에 사람들 머릿속을 아트박스로 채워 넣은 마동석의 특별 출연도 빼먹을 수 없다. 한창 숨 막힐 때 등장해서는 머리를 하얗게 비워주고 가신 마동석의 존재감은 조태오 못지않았다.



 





또 액션, 아니 사실 액션보다는 코미디에 가까운 스파이 영화다. 보는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으니 코미디라고 하는 게 맞겠다. 생각만 했는데도 웃기다. 그냥 웃기다. 대사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 재밌다. 스크린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몸의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매력적이어서 오히려 특별하고 좋았다. 깨알같은 캐릭터들의 매력이나 (처음보는 제이슨 스타뎀의 무쓸모 매력) 화려한 입담, 빠질 수 없는 몸 개그가 제일이다. 유일하게 흠이 있다면, 영어를 할 줄 안다면 웬만해선 자막을 보지 않는 것이 좋다는 점. 말도 안 되게 거지같은 자막에 대해 알고 싶다면 스파이 자막을 한 번 쳐보면 된다. 자막 외에는 완벽하게 재밌고 뚜렷한 영화 정체성에 깔끔한 머리와 얼굴로 끝낼 수 있다. 그리고 스파이물의 신선한 재미를 느꼈다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다.



 





올해 영화 리뷰가 올해 액션 영화 리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하정우, 전지현, 조진웅, 이정재, 오달수 출연의 천만 영화를 어떻게 빼 놓겠나! 어쩌면 뻔할 수도 있는 배경과 역할을 하나하나 매력 있게 뽑아준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올 때는 ‘하정우 너무 멋있어!’와 ‘아냐 조진웅이 더 멋있었던 것 같아.’, ‘무슨 소리야! 역시 전지현이 최고였지!’ 그리고 ‘나쁜 놈이지만 이정재도 장난 아니었다니까.’가 머릿속에서 싸우고 있었다. 가장 쓸데없는 내적갈등이었지만 그럴 정도로 하나하나 멋지고 대단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쓴 올해 개봉작 중에 가장 무겁고, 생각할 거리를 준 영화였던 것 같다. 수많은 염석진이 살아있음에 누가 반박할 수 있을까. 잊지 말아달라던 사람들을 우리는 과연 잊지 않았을까. 전지현이 예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조은현 중3 「파주에서 Teen」청소년기자



 



#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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