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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청춘, 어설픈 파리지엔느 되다 ⑴

입력 : 2016-03-04 15:23:00
수정 : 0000-00-00 00:00:00

이번 호부터 틴 지면에 19세 청춘이 느끼는 파리 이야기를 파주 청소년들에게 전한다.

 

다양한 거리 음악…발길 끄는 미술관

 

▲몽마트르에 올라 샤크레 쾨르 대성당 앞에 서면 파리시내가 한 눈에 보인다.

 

파리에 온 지 벌써 세 달이 지났다. 연고 없는 곳에 외국인으로 지내는 것이 외롭기도, 불안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유롭기도 하다. 파리에서 지내면서 느끼는 개인적인 감상들을 써 볼까 한다.

 

파리에는 거리의 음악가들이 참 많다. 한국에 살 때도 집이 홍대 근처였기에 버스킹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파리의 음악가들이 더 수준이 높다고 생각한다. 홍대에서는 젊은이들이 앰프 갖고 나와서 mr과 함께 노래 부르거나 기타로 카피곡을 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그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도 가끔 있었다. 여기 파리에서는 악기의 종류가 더 다양하다. 기타부터 바이올린, 색소폰도 쉽게 볼 수 있다. 연주하는 이들의 모습도 다양하다. 

 

70대쯤으로 보이는 할아버지들 여럿이 역 안에서 훌륭한 재즈를 연주하기도 하고, 지하철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센 강의 다리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구걸하던 사람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냥 지나가면서 잠깐 들은 것 뿐이었는데 그 사람이 연주하던 음악이 계속 머리에 울려서 결국 다시 돌아가 연주를 감상했다. 물론 갖고 있던 동전들도 주고 왔다. 그의 얼굴에는 큰 흉터가 있었는데, 그 흉터와 눈을 마주쳤을 때의 표정은 웬지 사연이 있는 것처럼 여겨져 나를 상상하게 했다.

 

아, 하프를 연주하는 사람도 봤다. 몽마르트 언덕을 산책하면서였는데, 하프 소리의 울림이 참 좋았다. 

 

몽마르트를 올라 샤크레 쾨르 대성당 앞에 서면 파리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탁 트인 하늘과 그 아래 보이는 건물들을 보면 가슴이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파리에는 산책할 만한 곳이 참 많다. 참 작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시내 곳곳에 있는 작은 공원들은 걷다 지칠 때 쉬어가기 정말 좋다. 큰 공원도 몇 군데 있다. 주말에 가 보면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 가족 단위로 놀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평일 낮에는 상대적으로 노년층이 대부분이다. 개를 산책시키는 할아버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할머니. 그 여유로운 풍경이 내게는 참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피카소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

 

이곳에 살면서 나는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 내가 갖고 있는 비자는 25세 이하의 청년들에게 국가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대부분의 미술관이나 유적지를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그냥 지나가다 잠시 들러 좋아하는 그림을 보고 나올 수가 있다는 것이 정말 좋다. 또 마음에 드는 작품들에 대해 찾아보고 공부하게 된다. 나도 처음엔 유명한 작품들을 보고 싶었는데, 오히려 나에게 큰 인상을 준 작품들은 전부 처음 들어 본 작가들의 것이었다. 먼저 배운 후에 작품을 감상한다면 알고 있는 정보들에 제한받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보는 것이 힘들게 된다. 나는 그냥 아무도 내게 무엇을 느껴야 한다 알려주지 않은 채로 있고 싶다. 그게 나에게는 제일 순수하게 무언가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는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녀야 할 나이이다. 하지만 나는 대학에 가지 않았다. 내 나이 또래의 거의 전부가 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를 정말 불안하게 한다. 막막하다. 내가 이 세상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항상 걱정하고,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인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나를 소개할 때 대학을 다니지 않는 것에 대해 변명해야 할 것만 같다. 내가 앞으로도 대학과 아무 상관없이 살아갈지, 아니면 공부하고 싶은 것이 생겨 대학을 선택하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아마 나이에 대한 압박감과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내가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고민들로 가득 차 머리가 복잡할 때 미술관에 가면 간이 의자에 앉아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할머니가 있다. 난 그 모습을 보며 차라리 시간을 건너뛰어서 저런 모습으로 여기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조은혜(19세)

 

 

 

#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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