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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청춘, 어설픈 파리지엔느 되다 ⑵

입력 : 2016-04-15 13:47:00
수정 : 0000-00-00 00:00:00

19세 청춘, 어설픈 파리지엔느 되다

 

프랑스는 여러 종류의 차별에 대해 굉장히 민감

 프랑스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이다. 

 

 위치상의 이점 때문에 중세 시대부터 다양한 곳에서 사람들이 유입이 가능했고, 제국주의 시절 수없이 많은 식민지를 거느렸던 역사 때문일 것이다. 프랑스의 식민지는 베트남, 캄보디아 등 몇몇 아시아 국가들을 포함해 시리아 같은 중동 국가, 아프리카 알제리, 모로코, 말리, 콩고 등… 셀 수도 없이 많다. 역설적으로 프랑스는 침략과 정벌을 통해 인종 다양성을 일찍 경험했고, 그만큼 일찍 인종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작년 프랑스 총선에 극우정당 포스터에 사람들이 낙서를 했다.

 

프랑스에서 ‘인종차별주의자’는 가장 모욕적인 욕

 프랑스는 여러 종류의 차별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다. 프랑스에서 ‘인종차별주의자’는 가장 모욕적인 욕이다. ‘인종(race)’이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하는 것이 무례하다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인종 대신 출신(origine)으로 대체되고, 인종을 집계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편견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되어 있다. 차별에 대한 구제를 담당하는 국가기관도 따로 존재한다. 비록 모두가 평등하진 않지만, 모두가 평등하기 위한 제도가 존재하는 것이다.

 

 2015년에는 공화당의 나딘 모리노(Nadine Morino) 라는 정치인이 한 토론 프로그램에서 “프랑스는 백인의 국가(La France est un pays de race blanche)” 라는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건이 있었다. 2016년 공화당의 대선 예비 후보로 출마할 정도로 입지있는 정치인이였지만, 이 발언의 여파로 나딘 모리노는 지방 선거에서의 공천까지 철회당했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과 여성 비하적인 표현으로 여러 번 논란이 된 인물이 여당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한국과는 분명히 대조적이다.

 

▲레페블리크 광장에 있는 자유의 여신.

 

특정직업군에 특정 인종이 몰려있는 현상이 꽤 심해 

 물론 프랑스에 인종차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관찰하고 느낀 점은 이곳에선 특정 직업군에 특정 인종이 몰려 있는 현상이 꽤 심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은행이나 대형 마트 같은 곳의 경비원은 대부분 흑인이다. 쓰레기 수거차의 미화원들도 흑인 비율이 높다. 아이를 돌봐주는 보모의 대다수도 흑인 여성이다. 그리고 음식점 안의 담배가게(담배와 복권을 취급하는 카운터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 곳이 많다.) 점원은 동양계인 경우가 많다. 사는 지역도 어느 정도 분리되어 있다. 부촌에는 거리에 백인밖에 없고, 시의 외곽에는 상대적으로 아랍계와 아프리카 출신이 많다.

 

 사실 어떻게 보면 프랑스는 그리 이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소득불평등이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인종차별은 엄청난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다만, 그 안에서 최소한이나마 차별받는 이들을 지켜 줄 수 있는 법이 엄연히 존재하고, 또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꾸준한 논의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일 것이다. 

 

▲ ‘추방 반대, 살 곳을 제공하라’는 현수막

 

아무도 백인인 소매치기를 ‘백인 소매치기’ 라고 하지 않으니... 

 프랑스에 오기 전,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얻을 때 나는 프랑스의 흑인과 집시들을 주의하라는 말을 수없이 많이 보았다. “그 동네는 흑인이 많아서 위험해.”, “흑인이 많아서 무서웠다.” 솔직히 나에게는 좀 오버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흑인이 많다는 얘기를 들어서 무서워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던 그 곳은 내가 자주 산책다니는 곳인데 말이다. 나는 수많은 한국인들이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하는 그런 말들이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고, 인종에 대한 차별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흑인이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른다는 가설이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말이다. 

 

 나는 베를린에서 ‘백인’에게 지갑을 소매치기를 당했지만 ’백인에게 소매치기당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 일을 겪은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아무도 백인인 소매치기를 ‘백인 소매치기’ 라고 하지 않으니 소매치기는 다 흑인이나 아랍계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중략> 

 

내안의 편견을 똑바로 마주보는 것

 고정관념과 편견들을 전부 없애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자기를 객관화하고, 내 안의 편견을 똑바로 마주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자기 안의 편견과 혐오를 의식할 필요를 느끼는 것 자체가 참 어려운 일일 것이다. 괜스레 불편하고, 인정하기 싫은 그런 부분이니까. 하지만 우리에게는 더 예민한 감각이 필요하다. 일상에서 가볍게 내뱉는 한 마디에 차별적인 생각이 베어 있을 수 있다는 걸 모두가 의식했으면 좋겠다. 

 

 

 

글 사진 조은혜

 

 

 

#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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