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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청춘, 어설픈 파리지엔느 되다 ⑶

입력 : 2016-05-13 13:47:00
수정 : 0000-00-00 00:00:00

물가 비싼 파리에서 외식은 사치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파리는 프랑스에서도 물가가 제일 높은 도시이다. 특히 월세가 엄청나게 비싸다. 생활 물가 역시 차이난다. 얼마 전, 파리 다음으로 꼽히는 대도시인 리옹을 다녀왔을 때도 느낄 수 있었다.

 

파리의 월세가 지방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비싼 것은 집을 구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프랑스 역시 한국처럼 수도권에 사람들이 모이는 경향이 강하다. 105제곱키로미터의 작은 도시지만, 파리 시 내에만 220만명, 주변을 포함한 수도권에는 약 100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체감하기에는 서울에 비해서 사람도 더 많은 것 같다. 특히 거리를 걷다 보면 사람이 많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좁은 골목길에서는 항상 다른 사람과 부딪히지 않게 주의하며 걸어야 한다.

 

나는 지금 500유로를 내며 아파트 내의 방 하나를 혼자 쓰고 있다. 파리 시내에서 집을 구하려면, 화장실과 부엌이 갖춰져 있는 한국식 원룸은 크기와 위치에 따라서 최소 600유로부터 1200유로 정도까지 가격이 다양하지만, 대체적으로 7-8평 정도의 살만한 집은 800-1000유로 선에서 구할 수 있다. 한화로 환산해 보면 100만원 이상이니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다. 그래서 이곳에 사는 학생들은 아파트를 쉐어하는 형태를 선호한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학생이라면 국적과 나이에 상관없이 정부에서 주택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외국인이라면 꼭 학교에 다니지 않더라도, 학생 비자를 발급받아서 체류중이라면 가능하다. 집의 면적과 동거인의 수 같은 부분들을 고려해 지급하고, 100유로에서 250유로 사이가 보통이다. 한 아파트에서 공용 공간을 쉐어하는 형태로 거주한다면 주택보조금을 지원받아 300유로대의 월세에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파리에서 개인 부엌과 화장실이 갖춰져 있는 원룸에 거주한다면 이 주택보조금을 받아도 서울보다 비싸겠지만, 지방으로 가면 월세 부담은 엄청나게 낮아진다. 작지 않은 도시들도 파리의 절반 정도 수준이고, 소도시에 가면, 또 주택보조금까지 받는다면 서울보다 훨씬 저렴한 물가에 생활을 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사람의 노동에 대한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열쇠를 잃어버린다거나 창문을 깨트리는 등의 실수를 한다면 돈이 어마어마하게 든다. 사람을 한 번 부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200-300유로 가량을 지불해야 한다. 그 시간대가 밤이나 새벽이라면 더욱 비싸진다.

 

외식도 매일 할 수 없다. 보통 음식점에 가면 20-30유로 선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데 나에게는 결코 저렴한 가격이 아니다. 아마 이곳 사람들에게도 그럴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외식을 자주 하지 않고, 보통 집에서 요리해 먹는다. 한국에서는 자취할 때 거의 대부분 밖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장을 봐서 요리하려고 하면 사 먹는 것보다 손해보는 느낌이었다. 시간도 시간대로 들고, 비용도 사 먹는 것과 비슷하게 들었다. 내가 혼자 요리해 먹었다는 뿌듯함 정도를 빼고는 남는 게 없었다.

 

▲ 내가 직접 만들어 먹은 음식들

 

여기서는 매일 외식을 할 수 없으니 대부분의 끼니를 직접 요리해 먹는데, 좋은 재료들을 워낙 쉽게 구할 수 있고,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식재료들을 맛보는 재미도 있다.

 

마트나 시장에서 식재료를 사는 건 한국과 비슷하고 유제품과 고기는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다. 채소는 한국과 비슷한 것 같다. 나는 샐러드용으로 손질된 채소를 자주 사 먹는다.

 

소고기는 부위에 따라서 다르지만 1kg에 14-30유로 안에서 모든 부위를 살 수 있다. 한화로 6000원 정도면 스테이크를 해 먹기 충분하다. 맛도 사먹는 것과 비슷하다. 돼지고기는 더 저렴한데 1kg에 대체적으로 10-15유로 사이이다. 친구가 놀러 왔을 때 삼겹살과 목살을 사서 구워먹었는데, 800그람 사는 데 한화 15000원정도 들었다. 배부르게 먹고도 고기가 남아서 다음 날에 카레를 해 먹었다.

 

 

유제품도 무척 저렴하다. 한국에서는 버터가 정말 비싼데, 이곳에서는 2유로 아래로 맛있는 버터 250g을 살 수 있다. 흔히 먹는 요거트는 8개에 2000원쯤이고 우유는 유기농으로 구매해도 한 병에 한화로 이천원도 안 한다.

 

이것은 내가 자주 가는 마트 기준이다. 나는 집 주변의 MONOPRIX라는 마트에서 장을 본다. 지점이 아주 많아서 편리하긴 하지만 다른 마트들에 비해 비싼 편이다. 특히 고기 같은 품목은 다른 곳에 훨씬 비싸다. 독일계 기업 외곽에 있는 대형 마트에 가면 거의 반 정도의 가격에 공산품들과 고기를 구매할 수 있다. 파리 시내의 마트들보다 훨씬 저렴하다. 하지만 나는 멀리 가기 귀찮아서 그냥 집 근처 마트를 이용한다.

 

 

 

·사진 조은혜

 

 

 

#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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