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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청춘, 어설픈 파리지엔느 되다 (6)

입력 : 2016-11-04 12:23:00
수정 : 0000-00-00 00:00:00

 
 
큰 손동작과 큰 목소리,
친절한 이탈리아 사람들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여행 왔다. 이탈리아의 큰 섬, 시칠리아에서 글을 쓰고 있다. 가을 옷들을 입어야 했던 파리와는 달리 이곳은 아주 덥다. 해가 쨍해 그 아래 있으면 금방 머리카락이 뜨거워진다. 그리고 아주 습해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난다. 한국의 여름에 와 있는 것만 같다.

▲카타니아 시장
 

‘손과 함께 말하는’ 이탈리아 사람들

이곳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화난 것처럼 보이는 동시에 친절하다. 어학원에서 각 나라들에 대한 편견에 관한 수업을 한 적이 있는데, 이탈리아를 얘기할 때 누군가가 ‘손과 함께 말한다’고 얘기했었다. 정말 그렇다. 심지어 통화할 때도 그렇다. 자전거를 타면서 통화할 때조차 한 손을 움직이며 말한다.

큰 손동작과 큰 목소리로 대화하는 사람들을 처음 봤을 땐 정말 싸우는 줄 착각헸다. 살짝 쫄아서 지나가며 힐끗 그들의 표정을 보면,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할 때 탔던 버스의 기사 아저씨는 시내로 가는 1시간 반 내내 누군가에게 따지듯 전화했는데 라디오를 틀어 놓은 줄 알았다.

   

◀︎카타니아 시장에서 춤추는 사람들

새치기 흔하지만, 친절한 설명 웃음이 항상 있다

매너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대중교통을 탈 때 사람들이 내리기도 전에 우르르 타고, 이미 긴 줄에 자연스럽게 새치기하는 사람도 흔하다. 누군가는 비상식적이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내 앞쪽에 자연스럽게 끼어들고, 시끄럽게 떠들던 사람들은 내가 무언가를 물으면 엄청 친절하게 대답해준다. 자신의 일처럼 도와준다. 가게에서도 마찬가지다. 친절한 설명과 웃음이 항상 있다.

 

게스트하우스 할머니가 날 안아주었다

내가 2일동안 머물었던 게스트하우스의 주인 할머니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고, 나는 이탈리아어로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밖에 하지 못하지만 할머니는 이탈리아어로 내가 머물 방에 대해, 도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나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내가 떠나던 날 할머니는 나에게 뭔가를 계속, 추측하기로는 자신이 내 짐을 맡아줄 수 있다고 한 것 같았다. 나는 괜찮다고 했고 할머니는 날 안아주었다.


베를린 친구에게서 오래 머무르려

나는 이곳에서 잠깐 머물다가 로마와 볼로냐를 거쳐서 베를린으로 갈 예정이다. 베를린에는 친구가 있어서 좀 오래 머물 수 있는데, 그 동안 여유가 된다면 프라하에도 들리고 싶다. 예쁜 풍경과 저렴한 물가 때문일까? 체코의 프라하는 요즘 한국인들 사이의 인기 여행지가 된 듯 하다. 수많은 포털 사이트, SNS에서 거의 매일 보이다시피 한다. 내가 만났던 모든 한국 사람들의 일정에도 꼭 프라하가 끼어 있었다. 나에게는 어렸을 때 엄마와 함께 갔던 기억만 어렴풋한 이미지로 남아 있는데, 이번에 가게 된다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시칠리아 카타니아 거리

 

귀국전까지 머물 집을 구해야

이어지는 여행이 끝난 뒤엔 에어비앤비라는 숙소 임대 중계 사이트를 통해 단기로 살 집을 구해야 할 듯 하다. 올해 말에 한국에 돌아가는 비행기표가 있는데, 그 전까지 머물 집이 필요하다. 단기로 집을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부동산을 통해서 구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꾸준히 매일 찾아보고 있지만, 내가 원하는 위치와 가격대의 집을 찾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여행 중이기 때문인지 파리의 비싼 물가가 유독 크게 체감되서 더 그럴지도 모른다. 좀더 일찍 찾아볼걸 후회를 한다. 항상 모든 일에 대한 습관 같은 거다.

 

매일 변하는 주변 풍경들이 두렵기도 하다

집을 못 구한 것만 빼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행이기 때문에 매일 변하는 주변 풍경들이 두렵기도 하다. 늘 기복이 심하다. 하루에도 몇번씩 기분이 들뜨며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가, 내가 아무 쓸모없는 존재인 것 같다가.

여기 있던 모든 시간들이 긴 여행인 것만 같다. 나는 그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할까? 걱정해도 변하는 건 없을 것이란 걸 알기 때문에 그만 걱정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것은 제일 어려운 일이다.

▲체팔루 바닷가 벤치

 

글·사진 조은혜


#51 창간2주년 특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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