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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고딩의 같잖은 문화 리뷰 <16> 로드스꼴라 학생들이 쓴 책을 보고

입력 : 2016-12-27 14: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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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사회 시간이었다. 남미 문명에 대한 발표 수행평가가 주어졌고, 발표 방식은 둘째 치고 남미 자체가 나에게 너무 낯설었다. 얼마나 남미에 대해 몰랐냐면, 멕시코가 남미에 있나? 하고 물어보고 다닐 정도였다.

 

발표를 어영부영 끝내고 남미에 대한 형식적인 정보는 금방 날아가버렸다. 남미에 무슨 매력이 있는지도 몰랐고, 여행에 관심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남미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했다. '로드스꼴라 남미에서 배우다 놀다 연대하다'를 읽기 시작한 것도 남미에 관심이 있었기보다, 로드스꼴라와 청소년들의 글에 흥미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역사와 정치는 어느 나라와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남미의 대표 국가 아르헨티나 역시 우리나라와 닮은 부분이 있었다. 5월 광장에 깃든 이야기들을 보며 위안부 수요집회를 떠올렸는데, 아니나다를까 글을 쓰신 분도 비슷한 생각을 하셨다. 다만 표면적인 모습만 비교한 나와는 달리 지금까지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를 엮어놓았다는 것이 달랐다.



 

5월 광장 어머니회가 시작한 목요 시위는 과거 군사정부 시기에 이념 차이를 무기처럼 휘두르던 사람들에게 항의 하기 위해서 시작 되었다고 한다. 이념, 그 이념의 대립이라 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핏자국을 남겼다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5월 광장 어머니회와 연관지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내가 '민가협'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민가협' 역시 군사정권. 군부독재에 대항하며 어머니회와 같이 목요집회를 이끌었다고 한다. 남미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으며 한국의 역사를 되새기고, 의미있는 단체를 알게될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광장과 공원 사이'를 읽고 나서는 열정적인 사람들을 볼 때 퍼지는 감동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함도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게 됐다.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일을 아르헨티나에서는 일상 속에 녹여넣어 잊지 않고 있는데, 나는 지금 민가협의 존재도 책에서 처음 알았다는 게 부끄러웠다.

 

이제 한국사는 수능 필수 과목이 되었고,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오랫동안 배우는 과목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탑골 공원에서 열리는 목요집회를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이 비단 소수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내가 봐온 우리나라는 역사 의식이 후지지도 않고, 오히려 역사를 탐구하며 느껴지는 분노라는 감정에 충실했다. 그럼에도 늘 실천에는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나 먹고살기 바빠서, 또는 어떤 시선이 돌아올지 두려워서, 하는 다양한 이유로 말이다.

 

기행문이라기엔 다양했고 박식했으며, 가이드북이라기엔 유쾌했다. 역사, 지리,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같은 나이대 청소년들에게 듣는 남미 소개는 그 어떤 재밌는 영화보다, 책보다 남미에 대한 흥미를 돋궜다.

 

한 챕터가 넘어갈 때마다 나오는 청소년들의 여러 감정과 경험들이 남미의 분위기와 촘촘히 얽혀 멀게만 느껴지던 남미를 더욱 친숙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조은현 고1 「파주에서」틴 청소년 기자

 

#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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