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고딩의 같잖은 문화리뷰 <31> - 바르샤바 게토의 마지막 공연
수정 : 2019-01-19 14:19:49
흔한 고딩의 같잖은 문화리뷰 <31> - 바르샤바 게토의 마지막 공연
“암담한 일의 연속인 시절에는 좋은 꿈 하나가 황금만큼 귀한 법”
- 바르샤바 게토의 마지막 공연
- 코르착의 아이들과 에스테르 선생님 이야기
평화징검돌 5/글 아담 야로미르/ 그림 가브리엘라 치호프스카/ 옮긴이 박종대/ 출판 평화를품은책/ 출판일 2015-10-30
바르샤바 게토가 사람 이름인 줄 알았다. 책을 읽고 나니 폴란드의 유대인 거주지역이었다. 게토라는 말은 어쩐지 익숙했다. 흑인 또는 소수 민족이 사는 미국의 빈민가라는 뜻도 있어 힙합 가사에 많이 등장하니 그래서 그런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유대인의 강제 거주 지역이라는 의미가 먼저인데, 높은 벽으로 사회와 격리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 게토 안의 고아원, ‘돔 시에로트’에서 있었던 일이 이 책의 내용이었다. 게니아의 시선과 코르착 박사의 이야기가 번갈아 등장하는데, 게니아와 아이들은 딱 그 나이대 아이들처럼 굴었다. 허풍섞인 얘기로 떠들고 호기심에 따라 행동하고, 좋아하는 아이를 궁금해하며 놀린다. 그리고 가족을 그리워한다. 고아원 안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게 답답하고 불편해도 여전히 순수하고 희망적인 모습 때문에 코르착 박사가 고아원 밖에서 겪는 일들, 고아원 안에서 생각하는 것들이 더 어렵게 다가왔다.
하루하루가 이토록 암담한 일의 연속인 시절에는 좋은 꿈 하나가 황금만큼 귀한 법이라고, 책에서 코르착 박사가 그랬다. 게니아는 연극에 올라 춤을 추면서 무용학교에 다니는 꿈을 꾸었다. 고아원의 모든 아이들이 크든 작든 꿈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연극이 끝난 뒤 코르착 박사는 아이들이 내일 일어나서도 자기가 맡았던 역할을 계속하려 들 것을 걱정했다. 바르샤바 게토의 고아원 안에서는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사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걱정스러운 일이 되었다. 조금 더 평화로운 시대의 아이들이라면 자신을 의사라고 믿고, 왕의 전령이라고 믿으며 연극을 계속해도 큰 일이 되지 않았을 텐데.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 속에 갇힌 것이 안타까웠다.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가 생각이 났다. 유대인 학살과 어린아이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겹쳐 보인 것 뿐이었을까? 그 영화에서 아들은 이 모든 게 게임이고, 점수를 쌓으면 탱크를 선물로 받아 수용소를 나가게 된다는 아버지의 말을 믿는다. 결국 이 영화에서도 아이는 현실과는 먼 꿈을 꾸었다. 아버지와 자신이 처한 상황은 전혀 모르고 그 곳 생활을 그저 즐길 수 있었다. 그런 모습이 유쾌하고 한편으로 무지 슬펐다.
우리는 같은 일도 어린 아이가 겪으면 더 슬프고 안타까워한다. 그저 약한 존재, 무고한 존재이기 때문일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 이유가 어리기에 할 수 있는 것, 어쩌면 어려야만 할 수 있는 것들, 그러니까 터무니 없는 꿈을 꾸고 철없이 즐거워하고 몰라도 되는 것들을 정말 모르게 되는 일들을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건 특권 같지만 사실 모두가 거칠 수 있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헌법이나 인권조항에 꿈꿀 권리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을 위해 완벽할 수 없는 노력을 계속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조은 파주에서 Teen 청소년기자
#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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