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고딩의 같잖은 문화리뷰 <30> 착한 에너지 나쁜 에너지 다른 에너지
수정 : 2018-09-05 12:41:13
흔한 고딩의 같잖은 문화리뷰<30>
착한 에너지 나쁜 에너지 다른 에너지
방학을 맞아 임실에 다녀왔다. 치즈도 먹고 요구르트도 먹고 원래 목표였던 엄마와 함께 일한다는 농부의 집에 방문했다. 엄청 달고 맛있는 찐옥수수에 믹스커피 가져다 주셨다. 엄마는 날씨가 너무 덥다는 상투적인 말로 얘기 시작했고 나는 속으로 개덥다개덥다개덥다 이러고 있었다.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 하나로 그곳에 있어야했다. 아이들 넷이 이 더위에도 쿵쾅거리며 땀흘리며 즐겁게 놀았다. 근데 그 분은 정말 정말 기운 없는 말투로 그래서 닭들이 죽고 고추가 타버린다는 얘기를 하셨다. 옥상 텃밭의 토마토들을 떠올렸고 에어컨이 달린 내 방이 생각났다. 누진세며 전기세며 나눈 농담들을 기억했다. 누군가에게는 이 더위가 농담따먹기가 아니었다.
나에게 폭염은 덥고 불편한 것이었다. 폭염으로부터 시작되는 걱정들 : 하루 종일 에어컨 틀어놨는데 혼나겠다, 양산 안 들고 나왔는데 살 타겠다, 등등... 나한테는 중요한 얘기지만 어쨌든 생계에 위협이 된다거나 진심으로 한숨을 쉴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충격이었다. 그때부터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흉년에 허덕이는 농부들, 더위에 쓰러지는 노인들, 전기세는커녕 에어컨을 설치할 수도 없는 사람들. 어렵게 느껴지던 책이 기후변화와 복지 챕터에서 갑자기 문학마냥 아프게 다가온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는 적응 능력이 떨어지는 노약자와 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에게 더 가혹하다’라고 설명하는 에너지 빈곤층의 이야기는 어쩐지 작년 내내 생각해왔던 전쟁과 약자에 대한 것과도 맞닿아 있었다. 그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온 것은 7강 기후정의와 에너지, 가해자와 피해자 – 약자에게 더 가혹한 기후변화 파트에서 였다.
전쟁이 자신을 지킬 힘이 없는 약자들에게 더 가혹하고, 기후변화가 적응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 계층에게 더 가혹하듯,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행동마저도 경제적으로 불리한 개도국에게 치명적이었다. 앞선 챕터에서 기후변화협약을 두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갈등을 더 심도 있게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를테면 탄소배출량 상한선을 정하더라도, 다국적 기업이 개도국에 공장만 세워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와, 개도국에서 만들어지는 저가상품에 의지하는 선진국 사람들을 제재하지는 않는다. 이는 어쩌면 노동과 착취 문제와도 다를 바가 없다. 편리를 위한 악덕을 절박한 쪽에게 미룰 수 있는 것은 분명하고 못된 권력이었다.
강자와 약자는 어느 구조에서든 존재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 단체와 단체 사이, 그러니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도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이 힘을 결정짓는 것은 자본이었다. 탄소 중립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대기라는 공유재에 상품 가치를 부여하고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사고팔지 흥정하는 것도 결국 다.... 그런 것이었다. 매번 같은 결론에 도달하는 건 기분 탓일까~~~ 지치고 체념하게 될텐데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힘낸다. 화팅.
조은 파주에서 틴 청소년 기자
# 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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