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흔한 고딩의 같잖은 문화 리뷰 <28> 82년생 김지영

입력 : 2018-03-29 12:35:00
수정 : 2018-09-05 12:37:18

흔한 고딩의 같잖은 문화 리뷰 <28>

 

 

 

82년생 김지영

 

 

 

페미니즘의 첫 번째 단계는 공감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그 글은 남성에 국한하여 공감이 필수적이라 말했지만 사실은 여성들도 여성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여성이라고 모두 여성의 말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페미니즘에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것에 공감하는 것은 가장 어렵고 가장 필수적인 일이다.

여성들의 이야기는 모두 삶 속에서 나온다. 약자로 살아가기에 생겨나는 억울함이 페미니즘의 시작인 듯했다. 그렇기에 이 책 ‘82년생 김지영은 약자인 여성의 삶을 가장 사적이고 가장 정치적으로 보여준다. 개개인의 삶이 사회를 이루어 나만 겪는 줄 알았던 차별이 사실은 얼마나 널리 퍼져있는지 하나의 에피소드 뒤에 붙는 통계자료들이 증명했다.

누군가에겐 이 책이 충격적일 수도 있지만 사실 새삼스러웠다. 언제나 있어온 일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 나이에선 잘 실감하지 못하는 청년부터 중장년 시절까지 여성에 대한 차별과 멸시를 하나의 상황으로 보여주는 것은 새로운 일이었다. 특히 유모차를 끌고 밖에서 커피를 마시다 맘충이라는 얘기를 듣는 상황이 내게는 정말 낯설고 무서웠다. 나는 엄마의 입장이 되어본 적도 없고, 오히려 아기들이 울면 시끄러워서 나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은 채널을 돌리다 드라마를 봤는데 카페에서 여자가 아이를 안고 케이크와 커피를 먹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런 상황 자체를 우리는 주변에서 잘 볼 수 없었다는 걸 깨달았고, 이내 왜 주변에 잘 없는 장면인지도 설명이 되었다. 아이가 울기 시작하자, 주변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여자를 흘겨봤기 때문이었다. 여자는 급하게 케이크를 퍼먹었는데 그게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었다.

82년생 김지영이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나는 모르는 엄마의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겪고 있는 일을 지나온 여자는 더 큰 벽에 부딪힌다. 직장 내에서, 가정 내에서 겪는 여러 고난을 보며 나는 엄마가 많이 생각났다. 엄마는 늘 나와 언니들을 낳은 것이 가장 큰 행복이고 중요한 일이었다고 했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우리 존재가 엄마의 발목을 잡았을 것이라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죄책감이 계속되지 않는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정대현 씨는 김지영 씨에게 미안하지 않고, 정지원 양도 커서 김지영 씨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82년생 김지영은 서로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바란다.

조은 파주에서Teen 청소년 기자

#85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