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재미동포 정연진의 ok 통일 이야기 (10) 화천에서反戰을 위한 反轉을 꿈꾸다 - DMZ 평화문화제

입력 : 2017-12-15 15:13:00
수정 : 0000-00-00 00:00:00

재미동포 정연진의 ok 통일 이야기 (10)

화천에서反戰을 위한 反轉을 꿈꾸다 - DMZ 평화문화제


사진설명

▲ 화천 평화예술제에서는 세계 9개국 65명의 작가가 참여해 반전(反戰그리고 반전(反轉)’을 주제로 다양한 시각예술과 설치미술 작품이 전시되었다




 

AOK(Action for One Korea) 운동을 시작하고서 대개 일년에 두 번 정도 한국에 나가 국내활동을 벌이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106일부터 116일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여러 통일운동 관련 행사에 참석하고 강연하거나 모임을 이끌기도 했다.

강원도 화천에서 열렸던 DMZ 평화 국제컨퍼런스와 예술제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지역주민의 인식변화와 참여를 이끌어내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풀뿌리운동, 그리고 예술가들과 결합한 문화운동이라는 면에서 평소에 내가 추구하던 통일운동의 방향과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천 주민과 함께한 DMZ국제컨퍼런스와 평화문화제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라는 작은 마을. 폐교된 초등학교를 교육수련원 (해산농촌체험연수원)으로 만든 곳에서 1028~29일 양일간 열린 DMZ 평화 국제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하게 되었다.

이 행사는 ()남북강원도협력협회가 주최하고, 동협회와 ()한강생명포럼, 민통선예술제조직위원회가 주관, 강원도 후원으로 열렸고 3일차는 철원까지 DMZ(비무장지대) 투어로 이어졌다. 컨퍼런스에서는 연변대학교 김태국 교수가 동만주지역 독립운동과 재중동포사에 대해, 그리고 내가 미국에서 보는 동아시아 평화에 대해, 그리고 아시아평화시민네트워크의 이대수 운영위원장이 화천에서 아시아 평화의 미래를 꿈꾸다를 주제로 발표를 했다.

평화예술제는 9개국 65명의 예술가들이 참여했다는데 주제가 일품이었다. “반전(反戰) 그리고 반전(反轉).” 반동강 난 나라의 깊숙한 오지에서 여러 나라의 예술가, 활동가들이 모여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반전의 아우성이라니!

컨퍼런스는 마을 축제로 이어졌다. 마을의 행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산신제로 시작해 아리랑과 아이들의 북소리가 절묘하게 어울어진 타악 공연, 불춤을 비롯한 행위예술가들의 공연, 음식 만드는 아주머니들의 분주한 몸짓, 고기 굽는 소리와 연기 속에 군인들과 주민들의 화기애애한 어울림. 밤에는 예술가들, 행사 관계자들이 모닥불 위로 축하주를 나누는 대화 한 마당... 동촌리 마을의 축제이자 평화공동체의 축제였다.

 

열정은 사회와 마찰을 빚을 때 새로 태어난다’ - DMZDream Making Zone으로!

이번 평화예술제를 통해 DMZ가 생명과 평화의 땅이라는 것을 일깨우는 다채로운 시각예술을 볼 수 있었다. 지난 9월 방문했던 베를린에서는 동서 베를린을 30여년 간 나누어 놓았던 베를린 장벽의 두께가 생각보다 너무 얇아서 깜짝 놀랐었다. 두께가 한 뼘도 안 되는 벽이 동서 베를린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과 소통을 막고 있었다니!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한반도 남북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은 얄팍한 장벽이 아닌, 남과 북 각기 2km 도합 폭이 4km에 달하는 드넓은 지역이다. 분단 70년 동안 수풀이 자라고 철새가 찾아오고 희귀 동물의 안식처가 되는 생명의 땅으로 거듭났지만, DMZ(De-militarized Zone) 비무장지대라는 원뜻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온갖 무기와 지뢰가 넘쳐나는 모순의 땅.

첨예하게 무장된 지대가 비무장지대로 불리는 우리 시대의 이 어마어마한 모순을 풀기 위해서, 예술가들의 힘이 필요하다. 70년 세월을 가고 막고 있는 저 철조망, 저 사나운 철조망을 녹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이번 평화예술제 전시를 기획한 박주만 조각가는 소개말에서 열정은 사회와 마찰을 빚을 때 새로 태어난다라고 말해 감동을 주었다. 기획자는 생명평화의 땅이라는 것을 일깨우는 예술을 통해 DMZDream Making Zone이 될 수 있다라는 말로 끝맺음을 했다. 꿈이 실현되는 곳이 된다면, 분단이 종말을 고하는 극적인 기적까지도 일어나게 되지 않을까. Dramatic Miracle Zone이 되는 DMZ의 모습을 상상해 보고 싶다.

 

평화문화를 만들어갈 DMZ 주민협의회가 결성되다

이번 행사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예술가들이 함께 새로운 평화의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취지로 DMZ 주민협의회가 결성된 것이다. 작년부터 강원도 DMZ 지역 주민들은 이러한 협의체를 만들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해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DMZ 평화문화제 백승우 행사총괄팀장 (화천군 용호리 이장)에 의하면 이번 주민협의회에는 화천, 인제, 철원 3개군이 참여했지만, 향후 고성과 양구, 경기지역과도 연대해 ‘DMZ 평화벨트를 만들 구상이라고 한다. 전쟁이 남긴 깊은 상흔으로 인해 반공의식이 첨예하던 지역, 남북 서로를 적대시하는 안보교육, 안보관광의 장으로 활용되던 접경지역에서 극단의 대립시대를 끝내고 평화의 시대를 열어야한다는 진지한 모색이 이루어지고 있다.

 

유라시아대륙횡단 평화 마라톤

한편 유라시아대륙횡단 마라톤이라는 대장정을 오로지 평화통일을 위해 달리고 있는 강명구씨는 지난 1119일을 기해 16,000km 여정에서 3,000km를 돌파하고 지금은 터키에 안전하게 당도해있다. 지금은 평화통일구호를 가지고 뛰고 있지만, 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문화의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침 한국의 AOK 회원들은 여러 유형의 콘텐츠 예술가들을 강명구 마라톤에 결합하여 평화 한류를 창출하는 문화운동을 전개해보자고 의기투합하고 있다. 컨퍼런스 강연 후 호주에서 온 예술가와 국내 예술가가 평화운동을 함께해보고 싶다고 말을 건네왔다. 화천에서 만난 예술가들이 앞으로 평화 문화운동에 동참할 수 있을 거라는 즐거운 희망이 이번 화천 여행의 또 다른 소득인 셈이다.

이번에 결성된 DMZ 주민협의회에 나 또한 시민단체 활동가 일원으로서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되어 기쁘다. 70여년 간 증오와 원한으로 가득한 지역이 해원과 상생의 빛으로 새로 태어나는 Miracle Zone이 될 수 있는 그 날까지, 화천과 강원도 주민들을 응원하며 새로운 평화의 문화를 만들어가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

 

 

정연진 (ok코리아 대표)

#78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