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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탄핵 이후 우리는?

입력 : 2016-12-22 16:22:00
수정 : 0000-00-00 00:00:00

 

이제, 전국적인 시군구 지역 민회를 만들자

 

요즘 여기저기서 시민평의회, 시민의회, 시민주권회의, 민회를 만들자는 소리가 올라온다. 명칭은 달라도 취지와 방향은 한 흐름이다. 광장의 열망과 시민의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시민주도 개혁요구안을 만들어내자는 것. 당연히 지금의 의회와 정당, 대의제에 대한 일정한 불신에 기초한다. 일상적인 시기에도 제도정치권의 역량과 진지성을 믿기 어려운데 지금 같은 비상한 국면에서는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50일 간의 시민혁명과정도 이런 믿음을 더해준다. 야3당과 국회가 대통령의 꼼수제안이 있을 때마다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데다 광장을 뒤따라오기 급급할 뿐 전혀 리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탄핵이후의 구체제 청산국면을 기존정치권에만 맡겨서는 아무 일도 안 되고 80년과 87년의 악몽이 되풀이될 우려가 있다.

 

탄핵이후 공론장을 만들려는 다양한 제안

그렇다면 대안이 있는가? 다양한 갈래가 있지만 모든 대안들은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광장과 의회 사이에 뭔가 토론과 숙의가 가능한 시민주도 공론장을 만들려 한다. 둘째, 그 제안 및 조직을 오프라인 소통과 설득보다는 온라인 소통과 홍보에 의존한다. 셋째, 새로운 공론장의 임무를 단순한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를 넘어 구체제 청산과 새 사회 건설에 필요한 시민주도 개혁안 도출로 파악한다. (시민평의회, 시민주권회의, 시민의회 제안에 대한 설명과 분석 – 중략)

 



전국적인 지역 민회를 만들자

나는 전국적인 지역민회 운영방안을 대안으로 제안한다.

 

첫째, 민회는 전국단위 조직이 아니라 지역단위 조직이라야 바람직하다. 전국 시군구(226개)마다 하나 이상씩 있어야 한다.

 

둘째, 민회에는 보수, 진보 등 정치성향을 막론하고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으며 규모는 100명에서 300명까지가 적당하다. 민회에는 원칙적으로 개인자격으로 참여한다. 전국적으로 250개 안팎의 민회가 평균2백 명의 시민으로 구성되면 전국적으로 무려5만 명의 적극적인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사상최대의 집단지성형 공론장이 펼쳐진다.

 

셋째, 중요한 것은 전국적으로 250개 안팎의 지역민회에 모인 총5만 명 안팎의 적극적 시민들이 매주 동일한 개혁의제에 대해 토론한다는 점이다.

 

물론 토론만으로 끝나면 안 되고 반드시 시민요구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표결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학습토론이 시민권력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시민의 학습과 토론에 전폭적인 신뢰를

넷째, 이렇게 되려면 지역민회가 철저하게 일반시민들의 자발성과 주도성에 의해 운영되지 않으면 안 된다. 사 회개혁, 특히 개혁의제들에 적극적 관심을 갖고 필요한 학습과 토론 시간을 기꺼이 내는 적극적 시민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도 무방하다. 참여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정치역량을 믿고 전문가들은 철저하게 일반시민의 집단지성과정을 보좌하고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다섯째, 지역민회의 학습과 토론 과정에서 전문성과 숙의성을 보장하기 위해 전문지원단을 전국차원과 민회차원에서 조직, 운영해야 한다. 전국차원의 전문지원단은 매주 지역민회가 학습, 토론해야 할 다양한 자료를 균형 있게 제시하고 논쟁과 숙의가 필요한 쟁점목록과 다양한 해법처방을 균형 있게 제시하는 게 주 임무다.

 

여섯째, 지역민회는 온오프 병행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곱째, 민회재정은 활동가/전문가의 자원봉사 및 참여시민의 십시일반 모금으로 충당한다.

전국 각 지역의 광장에서 민회민주주의 구상을 얘기하고 촛불시민의 동의를 받아내자. 그 힘으로 시군구 민회를 조직해서 운영하자. 이렇게 되면 한국 민주주의가 한걸음 발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혁명역사상 최초로, 혁명이후상황을 민회민주주의로 돌파하는 혁신사례가 만들어진다. 나는 시군구단위의 민회민주주의야말로 2016년 한국 촛불시민혁명의 중요한 특징이자 독특한 기여로 평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광장이 민회의 모태라면 민회는 의회의 모태

민주주의의 종주국, 영국의 브렉시트 통과와 미국의 트럼프 승리는 민주주의의 무기력과 무책임을 웅변한다. 대의민주주의는 어느 나라에서나 이제 한계점에 와있다. 2016년 시민혁명과정에서 대의민주주의의 덫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으려면 민회민주주의의 규모 있는 실천이 필요하다. 광장이 민회의 모태라면 민회는 의회의 모태다. 민회 없는 의회가 허약한 이유다.

 

민회가 광장의 집단지성이라면 의회는 민회의 집단지성이다. 민회의 집단지성과 따로 노는 의회가 저들만의 리그인 이유다. 광장의 분노와 함성도 민회민주주의의 집단지성에 접속될 때 비로소 건설적인 힘으로 전환될 수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으로 화들짝 깨어난 시민들은 이제 말하고 싶다.
시군구 지역민회를 열어서 깨어있는 시민들이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내게 하자. 광장민주주의에 민회민주주의와 '카톡'민주주의의 양 날개를 달아주고 구체제 청산과 새 사회 건설에 필요한 100대 국민개혁요구안을 만들어내자.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시민권력을 강화하자. 그리하여 정당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강화하고 한국 민주주의의 선순환을 만들어내자. 함께 꿈꾸고 실천하자.

 

(이 글은 곽노현 전교육감이 허핑턴포스트에 12월 12일 ‘탄핵이후국면, 시군구 지역민회로 돌파하자’는 글을 정리한 것이다. 본 지면 게재를 허락해주신 교육감님께 감사드린다.)

  

 

  

 

 

글 | 곽노현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

서울의 첫 진보교육감. 삼성3세 무세승 계 저지와 재벌개혁, 독립적 국가인권 위 설립과 인권증진, 비밀정보기관의 민주적 통제와 과거청산 등의 이론적, 실천적으로 노력. 


   

#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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