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렬 미디어칼럼 <13>비판적 언론이란?
수정 : 2025-02-17 07:28:27
윤장렬 미디어칼럼 <13> 비판적 언론이란?
윤장열(언론학자)
비판(批判)이란 어떤 대상에 대한 분석과 평가이며, 장단점을 논리적으로 검토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비판은 단순한 비난이나 부정적인 평가와는 다르며,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정당한 판단을 내리는 과정이다. 올바른 비판은 사고를 확장시키고, 더 나은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점에서 비판적 사고는 학문, 정치, 사회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필수적인 요소이다.
비판적 언론은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비판적 시각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로,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공공의 이익이 무엇인지, 객관성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또 다양한 시각에서 검증과 토론이 이루어질 때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유지된다고 하지만 다양성의 범위나 검증과 토론의 과정 또한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지난 설 연휴 기간 정부가 전국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면제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 정책은 명절 귀성·귀경길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국민 이동을 장려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반면, 통행료 면제가 교통량 증가로 이어져 극심한 정체를 유발하고, 도로 유지·보수 비용이 정부 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러한 상반된 시각을 균형 있게 보도하고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본래 도로가 무료로 운영되었고, 또 운영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될 필요가 있다.
또한, 명절 기간 의료비 추가 부담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병원과 약국을 이용할 경우 연휴라는 이유로 진료비가 상승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는 의료 인력의 추가 근무를 보상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환자들에게는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공론화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 역시 비판적 언론이 담당해야 할 중요한 기능이다. 이를테면, 공휴일에도 추가 부담 없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야간이나 공휴일에 전담 의료센터가 별도로 운영될 방안을 언론이 다뤄야 한다.
비판적 언론의 역할을 설명하는 데 있어, 프랑스 철학자 알튀세르가 제시한 ‘억압적 국가장치’와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의 개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정부, 경찰, 사법 기관 등은 억압적 국가장치로서 물리적인 통제를 수행하지만, 교육, 종교, 미디어 등은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로 작동하며 사회 구성원들이 특정 가치와 규범을 내면화하도록 유도한다. 언론이 권력과 자본의 논리에 종속될 경우, 특정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도구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비판적 언론이 독립성을 유지하고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도 비판적 언론의 역할과 관련하여 시사점을 제공한다.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정치교육의 원칙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강압 금지, 둘째, 논쟁적 사안의 균형적 제시, 셋째, 정치적 사안과 개인 이해의 연계이다. 이 원칙은 비판적 언론을 위해서도 적용될 수 있다. 언론은 특정 입장을 강요하지 않고, 논쟁적 이슈를 다양한 관점에서 보도하며, 개인이 사회적 사안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비판적 언론의 본질적 역할이 된다.
결국, 비판적 언론은 단순히 정부나 기업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관계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토론을 활성화함으로써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개별적이고 자연적인 현상이나 사물의 속성에 집중할 경우 사회적 관계의 문제가 개인의 것이 될 수 있다. 특히 권력과 자본의 영향력이 강한 현대 사회에서, 언론이 본연의 감시 기능을 수행하고,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건강한 비판이 존재할 때 사회는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이를 실현하는 것이 비판적 언론의 궁극적인 사명이라 할 수 있다. 무엇이 비판적인 언론의 사명인지 끊임없는 질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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